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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Jul 30. 2024

건강을 위해 맨 먼저 해야야 할 일

건강하게 살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대기실 의자에 털썩 앉는 할머니에게 요즘 좀 어떠시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하신다.


“딱~ 안 죽을 만큼 아파. 흐흐흐”


대장암 수술 이후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어깨통증 환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어깨가 아파 팔을 못 드는 것이 내 몸에서 가장 가벼운 병이에요.”


진료하면서 유난히 환자들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쩌다 보니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는 되었는데, 건강이 연장된 수명을 따라가지 못한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찾지만, 그냥 나이 듦 자체가 문제인 환자를 자주 만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예전과 같지 않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산다는 일, 그중에서도 건강하게 늙는 일은 참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나이가 들면 왜 자꾸 여기저기 아프고, 암과 치매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한 병에 걸리기 쉬워질까? 어르신들 말대로 그냥 오랫동안 써먹어서일까? 아니면 인간의 운명이 그런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에너지의 생산과 흐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기’의 생성과 순환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에너지 문제의 중심에 바로 호흡이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은 “oo을 먹어라”라는 말이다. 그다음으로는 “oo 운동을 하고 근육을 만들라”라고 말한다. 이런 말만 들으면 ‘100세 시대, 무병장수’는 떼 놓은 당상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필요한 음식도 운동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삶과 건강은 그렇게 뭐 한가지로 좋아지고 나빠지는 그런 단순한 자판기 같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그럴싸한 정보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바로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호흡능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아주 서서히 진행되지만, 호흡능력의 퇴화는 확실하고 여지없이 진행된다. 호흡의 힘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어쩌면 감정과 정신까지도,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우려되는 것은 이 호흡능력의 감소가 고령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때로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서도 보인다는 점이다. 오래 앉아 있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장시간 이용하고, 운동이 부족한 사람들. 그리고 공황장애, 우울증 그리고 주의력결핍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현대인의 많은 병의 원인을 환경의 변화나 음식에서 찾지만, 어쩌면 호흡능력의 감퇴가 더욱더 근원적인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흡능력이 떨어지면 우리 몸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우리를 살게 하는 에너지는 세포호흡을 통해 얻어지는데, 이 과정에 산소가 이용된다. 오랜 기간의 진화를 통해 결점을 보완해 왔지만, 완벽하지는 않아서 에너지 생산과정 중에 반응성 산소가 새어 나온다. 우리가 흔히 활성산소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다양한 영양보충제와 기능성식품의 단골손님이다. 광고를 보면 활성산소를 마치 만병의 근원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다. 생명도 평화도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좀 더 건강할 수 있는데,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도 그런 역할을 한다. 



문제는 호흡능력이 떨어지면 새어 나오는 반응성 산소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마치 배가 낡아지면서 생긴 작은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물이 배를 서서히 가라앉히는 것과 같다. 아마도 ‘아! 그럼 늘어난 활성산소를 잡는 항산화제를 먹으면 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우리 몸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근 들어 장기간의 영양보충제 복용이 별 효과가 없거나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드러난 것만 없애려는 방식은 단기전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전에서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 


호흡능력의 저하에 따른 활성산소의 유출증가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온다. 나쁜 적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문제 대응하기 위해 활성산소가 유출되는 부위의 기능을 억제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떤 과정에서 불량이 자꾸 생기면, 그곳의 통과 속도를 늦춰서 불량률을 낮추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 부분뿐만 아니라 전 과정이 느려지고, 처리하지 못한 물건이 쌓이기 시작한다. 세포호흡 또한 전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회전구조이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호흡 회로에 정체가 일어나면서 회로에 투입되어야 할 중간물질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를 만들어 낸다. 실제로는 산소가 부족한 것이 아니지만, 산소가 부족할 때 일어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처럼, 산소가 부족하단 가짜 뉴스는 우리 몸을 병들게 만든다.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가 접수되면 우리 몸은 어떻게 대응할까? 


생존을 위해 에너지는 생산해야만 하므로, 호흡이란 최신의 방식을 버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묵혀 두었던 과거의 비효율적인 방식을 꺼내 든다. 바로 발효다. 하지만 발효를 통해서는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을뿐더러,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세포들이 산소가 부족하단 가짜 뉴스에 현혹되고, 저에너지 상태가 되면 몸의 모든 기능은 저하되고, 퇴행성 질환의 발생확률은 높아진다. 암과 치매는 발생은 이런 내부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표적인 병이다. 


호흡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세포들의 기능은 본래 방향에서 벗어나 퇴화하기 시작한다. 이런 퇴행의 결과물은 성장과 세포증식 그리고 염증이다. 소염제와 항생제로 효과적으로 치료되는 단기간의 염증이 아니라, 염증이 지속되는 만성염증의 상태가 된다. 염증이 지속되면 식욕은 떨어지고, 염증반응으로 인해 단백질 섬유가 분해되면서 근육은 약해진다. 나이가 들면 맛있는 것도 없어지고, 움직일 힘도 의욕도 없어지는 것의 본질은 만성염증일 수 있다. 이런 만성염증이란 장기전에는 소염제와 항산화제는 효과적인 무기가 되지 못한다. 도리어 이런 약물의 장기복용은 장기의 손상과 같은 또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가져올 뿐이다. 우리가 영양제라고 부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몸 안에 다량의 항산화 물질들이 있는 것이 생존해 유리했다면, 인간의 몸은 항산화물질을 대량 저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몸은 이런 물질의 양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그 이상은 다 배출한다. 신호를 교란하고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영양보충제의 복용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염증으로 인한 근육의 손상은 근력의 약화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이 방출되기 시작하고, 이 아미노산은 글루타민의 형태로 우리 몸의 각 부분에 배송된다. 암세포가 포도당만큼이나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이 글루타민이다. 암 세포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호흡 회로란 에너지 생산 시스템의 효율저하는 당연히 대사율의 저하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지방의 축적과 비만으로 이어진다. 마른 비만을 포함한 비만 자체가 현대인의 많은 병의 원인이 된다. 보이는 이미지와 건강을 미끼로 손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달콤한 말과 상품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만약 그런 상품들이 호흡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건강하게 해 줄수 있다면 나부터 복용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며 건강을 망치는 비극적 결말로 막을 내린다.


그럼 어떻게 하면 호흡능력의 저하를 막을 수 있을까?


“분석은 ‘마이크로’ 하게, 해법은 ‘마크로’ 하게”라는 개인적인 치료원칙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꾸준한 유산소운동과 깊고 충만한 호흡 그리고 신선한 제철식재료를 이용한 채식 중심의 건강한 잡식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이를 통해 호흡 회로가 본래의 방향으로 활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이 또한 타고난 유전자와 뜻하지 않은 사고란 장애물에 발목이 걸리겠지만,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명상과 같은 적극적인 이완 기법을 추가하길 권한다. 과잉된 정보과 자극 그리고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만들어 낸 긴장을 풀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긴장은 좋은 호흡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면역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  


환자들에게 참장과 집밥을 권하고, 걷고 가능하다면 가볍게 달릴 것을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나는 솔직히 지금보다 수명을 늘리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오래 살고 있다. 내 관심은 기대여명과 건강수명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것. 암과 치매와 같은 중한 병에 걸리지 않고 가능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한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호흡이 이 과제를 풀어내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제대로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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