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 번외편-

만두네 한의원

by 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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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어느 여름,

'태백산맥은 없다'란 책을 우연히 동시에 읽은 친구와 나는 의기투합해서 백두대간 종주에 나섰다.

10일 분량의 식량과 옷 그리고 장비를 넣으니 배낭은 뒷머리까지 올라왔고 무게도 상당했다.

지금도 가끔 생기는 무릎의 통증은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남덕유를 지날 즈음.

등산로에 놓인 커다란 바위와 만났다.

나무에 매어 놓은 밧줄을 타고 일행들이 모두 내려가고, 내가 매달린 순간!

밧줄은 너무도 허망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끊어졌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구르기 시작했다.


저만치 아무 말도 못하고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채 나를 바라보는 일행이 보였다.

'아~ 영화에서 절벽에 떨어지는 친구를 구하러 뛰어오는 주인공 이야기는 다 거짓말인가보다!'


그런데 지난 시간들이 영화처럼 지나가지는 않았다.

'음...어쩌면 죽지는 않을것 같다.'


아주 잠깐이었겠지만 그 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정말이었군!'


그렇게 구르다가 산비탈에 놓인 또 다른 바위에 배낭이 부딪치면서 구르기를 멈췄다.


가만히 앉아 몸을 가늠해 보는데 신기하게 말짱했다. 뒷머리까지 올라온 배낭 덕분에 목과 허리 모두 보호된 상태로 공처럼 구르다 딱 멈춘 것이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배낭을 열었다.


'아!! 다행이다. 김치통이 깨지지 않았구나!"


인간은 참으로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ps) 그 후로 몇년이 흐른 후 친구는 내게 말했다.

"만두야, 이제 와서 말하지만 실은 나 그때 밧줄이 헤어져서 끊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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