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향해 일단 달려봅니다!
아침과 점심의 합성어 브런치. 브런치는 느긋함과 여유로움의 식사시간입니다. 적당한 양의 음식과 과 하지 않은 음료 한 잔이 주는 가볍지만 부족하지 않은 한 끼의 시간이 브런치입니다. 제가 브런치에 쓰는 글 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시작의 마음이 느긋하고 느슨한 것이 또한 브런치 이겠지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시간이 모래알처럼 스르륵 붙잡을 새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 서 붙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느긋하고 느슨한 마음이 아니라 영화의 제목처럼 ‘지푸라기 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 같기 도 합니다. 시작 에너지를 잔뜩 끌어 모아서 뭐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냥 그 마음을 접을 수가 없던 찰나에 나의 지푸라기 ‘브런치’를 만났네요. 과연 이 지푸라기를 끝까지 붙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글의 독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냥 아무 말이나 마구 쏟아내는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를 향한 글이 아니라 다정한 누 군가를 향해 대화를 나누듯 내 안에 있는 조금 나은 ‘나’를 꺼내어 보고 싶습니다. 글을 읽을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 글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많은 생각의 더미에서 조금 나은 것을 찾아서 다듬고 가꾸어 가는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나치를 피해 숨어서 dear diary를 썼던 안네처럼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너그럽고 다정한 내 안의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좋은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할 때 느껴지는 따스한 마음을 느끼는 행복한 글쓰기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매해 12월이 되면 꼼꼼히 적힌 1월을 시작으로 점 차 뜸해지다가 새것처럼 깨끗한 12월로 끝나는 다이어리를 발견합니다. 나의 1년이 이렇게 깨끗하지 는 않았는데,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은 허탈함과 반복되는 나의 기록에 대한 게으름에 다시 한번 ‘내 이럴 줄 알았다’를 외쳤습니다. 브런치도 12월의 다이어리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번 나의 꾸준하지 못함을 확인하고 입증하는 2022년의 증거로 남을 수도 있겠네요.
뭐 어때요?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나의 의욕을 입증하는 2022년의 증거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긴 서문으로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1월 1일이 아 닌 1월 28일이라서 더 좋습니다. 늘 해왔던 1월 1일의 시작 루틴이 아니라서 뭔가 이번에는 다른 전개가 펼 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듭니다. 이렇게 브런치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