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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Feb 07. 2022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방법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오늘부터 매일 책 읽기 한 달 미션에 들어갑니다. 첫 번째 책으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마음속에 정해두었는데 마침 검색을 해보니 도서관에 있더라고요.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찾았는데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저처럼 커피를 사랑하시는 독자께서 책에 커피를 쏟으신 거죠. 일단 그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른 책들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요즘 제가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루틴은 이렇습니다. 먼저 도서관의 신간 코너를 훑습니다. 000부터 900까지 2바퀴 정도 돌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을 근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꺼내어 듭니다. 그리고 바로 도서관 추천 코너로 갑니다. 제가 다니는 도서관은 "북토리"코너가 있어 매달 주제를 정하여 관련한 책을 정말 보기 좋게 한 곳에 모아두거든요. 돌고래, 가족, 나라,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가 있습니다. 이번 달의 주제는 "여성 서사"였습니다. 이렇게 신간과 북토리 코너를 돌며 10권 정도를 고르게 됩니다. 


  10권의 책을 들고 빈 자리나 한가한 서가로 가서 아무 페이지나 펴서 1권씩 읽어 살펴봅니다. 책이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지, 글씨체나 줄 간격 등의 편집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내용이 흥미로운지를 살펴봅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책은 오른쪽으로 두고 그렇지 않은 책은 왼쪽에 두면서 나름의 선별 작업을 합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커피 자국은 치명적이었으므로 왼쪽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도서관에 이미 누군가가 대출 중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예약하는 것으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렇게 고른 책을 들고 대출 기기 앞으로 갑니다. 여기서 마지막 도서관 맛집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남들이 읽고 반납한 책을 두는 북카트입니다. 저는 꼭 북카트도 살펴봅니다. 오늘은 제 앞에서 책을 반납하신 분은 선생님인 것 같았습니다. 교실, 선생님의 화법을 주제로 한 책들이 놓여 있었거든요. 오늘 아쉽게도 제 입맛에 맛있는 책은 아니라서 넘어가야겠네요.


  예전에는 도서관에 자주 올 수 없어서 최대한도인 5권을 꽉 채워 대출했지만 요즘은 휴관일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올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3권의 책을 대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끝까지 읽힐 책은 몇 권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알록달록 예쁘게 분류표기 라벨이 붙여진 책등과 편집자들이 한껏 책을 뽐내기 위해 디자인한 책 표지만 봐도 이미 반은 읽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냥 내 손에 들려 집으로 오는 그 여정이 좋고 책상에 위에 놓인 그 존재만으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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