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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Feb 02. 2022

흔하디 흔한 인사

   흔하다고 여겼던 인사들이 사라졌습니다. 설날로 넘어가는 12시가 되면 질세라 울려대던 메시지 알림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은행, 음식점, 인터넷 쇼핑몰, 안경점들로부터 새해 인사가 쌓여 갑자기 늘어난 메시지 알림에 깜짝 놀랄 일도 없습니다. 대학 동창, 회사 동료들이 속한 단체 카톡방도 잠잠합니다. 친한 친구들도 바쁜 명절에 이런 문자와 카톡도 번거로울지 모른다는 배려인지 잠잠합니다. 물론 제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습니다. 저의 침묵은 배려라기보다는 망설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마치면서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없었고, 한 해의 시작을 응원하는 인사도 없이 마무리도 시작도 없는 두리뭉실한 사람들 사이의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신기하게도 흔하디 흔한 인사가 아니 아주 특별한 인사를 받았습니다. 저와 함께 1년을 보낸 이들이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인사말을 보내왔습니다. 무안함이 살짝 묻은 기쁨이 있었습니다. 재치 넘치는 인사말 속에 복을 빌어주는 진심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껏 마음을 담아 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1년 동안의 고마움을 담아 답장을 보냈습니다. 


  선물과 세배가 아니라 "덕담"이 진짜 새해 인사의 백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물과 세배는 마음이 없었도 전달이 되지만 덕담은 진심이 담겨 있어야 그 뜻이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김소연 작가는 [마음 사전]에서 성의는 마음이 없어도 '표시'할 수 있지만 정성은 마음이 '담겨야'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덕담은 정성이 담긴 것이고 선물과 세배는 성의를 표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오늘 정성이 담긴 덕담을 받아보니 알겠습니다. 


  새해 인사를 받으니 2022년 1월 1일이라는 날짜를 휴대폰에서 확인했을 때와는 또 다르게 한 해의 시작이 느껴집니다. 지난 1년과의 작별의 순간이 왔다는 자각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정성을 담은 인사는 늘 마지막에 하게 되니까요. 그들이 저에게 뜨거운 진심을 담아 지난 1년의 인사를 한다는 것은 그 시간들이 분명히 다시 오지 않을 과거가 되었으면 앞으로의 시간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의 새로운 날들이라는 말이니까요. 


  새해가 뜨겁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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