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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Feb 08. 2022

미심쩍은 주문, 상쾌한 환불

   쇼핑 앱을 깔았습니다.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뜬 팝업을 보고 괜찮아 보여서 가격을 살펴보려고 클릭을 했는데 가격을 보려면 가입을 해야 하는 쇼핑몰이었습니다. 그래서 앱을 설치하고 가입도 했습니다. 막상 마음에 들었던 상품을 쇼핑몰 앱에서는 찾을 수 없더군요. 


  그런데 이 앱이 아침저녁으로 자꾸 알림을 보냅니다. 그 알림을 끌 수도 있지만 저도 아침저녁 루틴처럼 그 쇼핑몰에 접속을 하고 물건들을 훑어보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일단 장바구니에 마구 넣었습니다. 며칠 뒤 다 장바구니에 들어가면 언제 그렇게 담아 두었는지 10개가 넘는 물건들이 쌓여 있기도 합니다. 한번 사볼까 하고 마음먹고 확인하면 품절인 경우도 있어서 다음엔 담아두지 말고 꼭 사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모두가 잠든 시각 갑자기 물건을 훑어보고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었던 과거의 나의 시간들이 굉장히 수고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뭔가를 사지 않는다면 그때의 시간과 노력과 고민들은 헛된 것이 될 터이니 오늘은 기필코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뭐 그런 궤변이 다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때의 저에겐 그 논리가 굉장히 단단하고 합리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왠지 필요 없을 것 같은 물건 하나는 과감하게 삭제를 누르고 나머지 2개의 물건만 선택하고 '주문'을 눌렀습니다. 첫 주문 쿠폰을 사용하고 카드 할인까지 알뜰하게 적용하여 쇼핑의 합리성은 경제성까지 겸비하여 완벽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에 삭제한 물건을 떠올리며 스스로의 절제심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고 느끼는 일요일의 쇼핑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갑자기 어제 저녁의 주문이 뭔가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시 앱을 켜고 물건의 품번을 정확하게 복사하여 다른 쇼핑몰과 가격 비교에 들어갑니다. 다른 쇼핑몰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쇼핑몰에서는 상품평이 없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색깔이나 사이즈가 나와 맞지 않을 것도 같았습니다. 몇 번의 실패를 떠올리며 앞으로 온라인 쇼핑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그날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지난한 반품과 환불의 여정, 고객 게시판에 글 남기기, 왕복 배송비가 차감된 환불 금액을 보며 분노했던 일들! 이번엔 그리 비싸지 않은 상품이니까, 만약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배송비가 아까워도 꼭 환불하자, 괜히 입지도 않으면서 택 떼고 걸어두었다가 의류함에 넣지 말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환불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하는 이 시간도 갑자기 무척 수고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하다 보니 생각대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배송이 오는 그날까지 환불과 교환의 망령에 불안해야 한다면 이 쇼핑은 즐거움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이런 궤변이 다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물건을 주문할 때도 이런 궤변이 이끌려했으니 취소를 같은 과정으로 하는 것은 꽤 논리적으로 여겨집니다. 그렇게 취소 버튼을 눌렀습니다. 


  24시간이 되지 않는 시간에 주문과 환불의 롤러코스터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니 이 모든 시간과 노력과 고민들은 헛되지 않았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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