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에세이> 수업 후기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눈길을 끄는 강좌를 발견했습니다. <당신의 첫 에세이>라는 5회 수업입니다. 빨간 글씨에 밑줄이 쫙 그어진 '매회 참여 필수, 과제 제출 필수'에서 잠깐 마음이 멈칫했습니다. 과제에서 벗어난 삶이 참 좋았는데 다시 과제에 나를 묶어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글쓰기'에 나를 묶어두고는 싶었기에 과감히 수강 신청을 했습니다.
벌써 2번의 수업과 2개의 과제를 제출했네요. 잘 몰랐던 나와 쓰기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가 물어보지 않아서 나 자신에게도 묻지 않았던 나는 왜 쓰는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글과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냥'이라는 말에 뭉뚱그렸던 이유에 대해서 글로 정리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며 분명 해지는 듯, 다시 모호해지는 듯,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글과 말이 나에게서 나왔습니다. '질문'은 얻었지만 아직 '답'은 완전하기 않은 것 같습니다.
왜 쓰고 싶은지, 무엇을 쓰고 싶은지는 중요한 질문이지만 한 번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참 이상하게... 왜 사는지 모르면서도 우리는 살 수 있듯이... 왜 쓰는지 모르지만... 또 이렇게 쓸 수는 있네요!
지금 쓰지 않으며 잊히게 될 생각들을 잘 붙들어 두고 싶어서 에세이를 쓰고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쓰기 전의 나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조금 더 나은 나를 넘겨주고 싶습니다. 미래의 '나'라는 독자를 위해 쓴 글이 현재의 누군가에게도 의미 있는 글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글쓰기 훈련을 하기 위해 이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생을 몸부림쳐도 결국 제 인생 하나 살다 간다는 사실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여야만 되는 일'들이 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도 맞지만 '나'는 태양 아래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도 맞다. 모든 글은 쓴 사람의 몸(경험)이라는 렌즈를 통과한 태양빛이다.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 때 내가 오직 하나뿐인 저자들에게 보내는 마음은 그래서 전부 진심이다. 오래 팔릴 책, 세상을 놀라게 할 책, 평단의 주목을 받을 책의 저자는 내 앞에 없을지라도, '단 한 사람'이라는 렌즈를 통과한 글은 언제나 내 앞에 있다.
이윤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112쪽
기성 작가의 글을 고친다는 것은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미 완성된 글을 내가 망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더 좋은 선택지를 찾기 어려운 문장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읽는 독자에서 쓰는 독자로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게 된 것입니다.
1단계)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바꾸는 것은 안되기 때문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화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읽기
2단계)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나'라는 독자가 좀 더 납득하기 쉬운 낱말이나 비유 찾기 (국어사전, 정확한 인용 검색)
3단계) 내가 찾은 낱말이나 비유가 글 전체에서 어색하게 관계하지 않는지 생각하며 다시 읽기
4단계) 낱말과 문장의 관계를 생각하며 전체적인 흐름에 어색하지 않게 다시 고치기
저는 이런 단계를 거치며 제가 좋아하는 문단을 다시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에세이의 '문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쓰기 훈련 방법이 꽤 괜찮은 것 같아서 과제가 아니더라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