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꽃 바람 Mar 22. 2023

오늘 밤, 꿈의 연결고리

전갈, 동생, 아빠

꿈을 꿨다. 잠에서 깼다. 깨고 나서도 꿈결의 감각이 남아 다시 잠이 들지 못했다.


성충이 된 사슴벌레 사이에 커다란 전갈이 한 마리 있다. 나는 그것을 다른 통에 옮기려고 했고, 옆에 있던 동생이 집게도 아니고 맨 손으로 시커먼 전갈의 몸통을 잡았다. 전갈은 (이상하게도 꿈속의 전갈은 사슴벌레 턱 모양의 집게를 가지고 있었다.) 집게를 벌려 동생의 엄지를 파고들었다. 동생은 "빨리.. 아빠.."라고 말했고, 나는 동생의 엄지에 박힌 전갈의 집게 한쪽을 손으로 잡아 뜯었다. 그 순간 전갈의 독침이 나의 손등을 파고들며 치과에서 마취를 할 때 느껴지는 둔중한 마비의 감각이 손등에 전해졌다. 동생은 나머지 한쪽 집게가 엄지에 박힌 채 아빠를 찾아갔다. 내 손등에 전갈은 여전히 독침을 박고 있었다.


깨고 나서도 오른쪽 손등에 마비의 감각과 전갈이 내 몸에 닿을 때의 섬뜩함이 잠시 남아 있었다. 마비가 아니라 각성이 짧은 순간 온몸에 퍼졌고 잠에서 완전히 깨끗하게 깼다.


오랜만에 깨고 나서도 서사가 기억에 남는 꿈이라서 기록을 남겨 둔다. 



꿈의 연결고리 1_동생

오늘 낮에 동생을 카페에서 만났다. 평소에 좋아하던 카페였다. 동생은 다른 곳에서는 항상 아메리카노지만 그곳에선 라테를 마셨다. 그런데 오늘의 라테는 찌그러진 하트에 우유에 힘이 없다. 지난번에 왔을 때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있던 직원이 만들어 준 라테였다. 한 모금 마셔 보더니, 나에게 맛을 보라고 했다. 평소라면 우유의 고소함과 진한 커피 향이 느껴져야 할 그 카페의 라테인데 뭐가 밍밍하고 우유 거품의 쫀득함이 부족했다. 머그에 가득 담긴 커피를 항상 식기 전에 다 마시는 동생이 라테를 남겼다. 그리고 알뜰살뜰 남은 라테를 텀블러에 옮겨 담았다. 


꿈의 연결고리 2_사슴벌레 혹은 장수풍뎅이

지난여름 키웠던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알을 낳았다. 하지만 우리가 발견한 것은 알이 아닌 유충이었다.  한창 유튜브로 곤충 사육에 대한 영상을 보던 아이는 '유충 사육통'에 유충을 한 마리씩 넣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플라스틱 유충통을 사서 한 마리씩 넣었다.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하나씩 나눠주다 보니 12개였던 사육통은 4개로 줄어들었다. 

며칠 전 유충통을 들여다보았다. 번데기가 되려는지 유충통 바깥 면에 방을 만드는 듯한 유충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다시 유충통을 살펴보았는데 바깥 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꿈의 연결고리 3_아빠

아빠가 동생네 동네에 있는 00 의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서 비뇨기과를 찾아 그곳에 간 것이라고 한다. 아빠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줄도 모르고, 새로 산 전기 트럭에는 내비게이션도 장착되어 있지만 쓸 줄 모른다. 집과 과수원, 농협, 혈압약을 받으러 가는 옆동네 00 의원, 가끔씩 다니는 옆옆 동네 오일시장에 갈 때 외에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가거나 같은 곳에 가는 사람의 차를 함께 타고 다닌다. 

한 번은 동생네 집에 내 차를 타고 함께 간 적이 있는데, 아빠가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닌 곳으로 가자 화를 내셨다. 겨우 동생네 집에 가는 길을 익혔는데 나 때문에 헷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아빠가 그 동네 00 의원에 그것도 비뇨기과를 찾아갔다니 너무나 놀랍다. 그 동네 사는 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찾아가셨단다. 동생이 어떻게 00 의원을 비뇨기과로 알고 찾아갈 수 있는지 너무 희한해서 00 의원에 가 보았는데 정말 간판 옆에 진료과목에 '비뇨기과'가 적혀있다고 했다. 

아빠는 00 의원을 차를 타고 찾아가서 진료를 받았으며, 돌아가는 길에는 길을 헤매다가 집 반대편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시내 운전이 익숙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시골에서 운전만 하던 아빠 주변을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얼마나 자주 빵빵 거렸을까? 

아빠는 이 이야기를 동생에게 하며 다음번 진료에는 동생에게 부탁하셨다. 



pinterest.com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를 배우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