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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바람
Mar 24. 2023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불꽃을 생각해요
불멍
비 오는 날 불을 지피는 것은 왠지 안심이 된다.
비가 와서
촉촉하고 냉기가 흐르는
공기에
불의 온기와 나무의 연기가 더해져
흩어지는 모습이 그냥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불을 피우는 일은 가장 인간적인 일 같기도 하다.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해 온
행동이기 때문이다. 생존의 불이었다가 유희의 불이 되었다. 때로는 상징으로 때로는 예술로 피우던 불이다.
불이 타오르는 모습은 매 순간 변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불꽃의 일렁임이 다르고 타고
남겨진 재의 모습도 다르다. 꺼진 듯하다가 바람 몇 번으로 화르륵 타오르기도 하고, 연기로 소리로 말을 걸어오다.
불이 탈 듯 말 듯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를 때 후 하고 입김을 불면 연기가 걷히고 화르륵 타오른다. 매캐한 연기가 곁에 두고 싶은 불냄새로 바뀐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맡았던 냄새, 귤밭에서 아침 찬 이슬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언 손을 녹이려고 피웠던 귤나무가 타던 냄새. 야영장에서 불침번을 서며 젖은 신발과 양말을 말리던 그때 캠프 파이어의 냄새. 곁에
두고 싶은 그날들의 따숩던 불꽃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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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바람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오늘과 이별하며 살고 싶은 연꽃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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