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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Apr 04. 2023

불안이 불행은 아닙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 하주원지음. 빌리버튼(2021)

책 제목에 큰 기대를 걸고 읽었지만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은 없다는 것이 책의 결론입니다.


더 불안한 상태와 덜 불안한 상태가 있을 뿐 불안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불합리하고 무의미한 불안이 아니라 가치 있는 불안과 걱정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발전이라고 합니다.


불안은 생존에 필요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용감하게 불안을 이겨낸 인류의 후예가 아니라 불안하고 소심했던 사람들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안은 미래지향적이며 지키고 싶은 현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불안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불안한 사람이 잃을 것이 있다는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습니다. 불안이 불행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완벽주의, 비관주의로 인해서 더 불안을 쉽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는 애착유형이 개인이 불안을 느끼는 방식과 정도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불안의 모습은 각기 다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핵심 기억에 따라서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존감이 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더 깊게 해 보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진심으로 자기를 돌아보는 것보다 힘든 부분을 심리학 용어로 포장하는 것이 더 쉬우니까. 많은 사람들이 눈에 잘 잡히지 잡히지 않는 용어로 도망치고 숨는다. 자존감은 불안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근사한 심리 용어에 도망치는 것보다는, 불안한 상태에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 수 있을 대, 그 결과로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25쪽


심리학 용어의 과잉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특히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 '나는 A형이라서 그래'처럼 심리학 용어로 도망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MBTI로 자신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구분 짓는 모습들도 혹시 이렇게 그 유형으로 도망치며 자신을 깊이 돌아보려는 일에 대한 게으름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하다면, 오히려 작고 소박한 꿈이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 만족하자는 소확행 풍조 때문에 불안해질 수 있다. 작지만 확실하지 않은 행복 또는 실제로 작지도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행복 때문에 지금 불안하지는 않은가? 큰 꿈을 작을 꿈으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남들처럼 평범하게'라는 희망은 사릴 실체 없는 바람이고 그로 인해 우울해질 뿐이다. 평범함에서 나만 벗어날까 봐 불안하고 두렵다. 그것은 평범함의 환상이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38쪽

소확생이라는 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었습니다. '평범함의 환상'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더 느끼게 됩니다. 쉽고 평범해 보이는 것, 그래서 이루지 못했을 때 더 큰 무능감과 박탈감이 오는 것들이 사실은 큰 꿈을 작은 꿈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실망하고 불안하기 전에 '내가 바라는 것'의 크기와 무게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스케일은 늘 상대적입니다. 그것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준이 되는 다른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범'이라는 것이 가늠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이 싫은가? 그럼 스스로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지 마라. 과도한 자기반성, 심리 과잉이 우리를 더 병들게 한다. 차라리 남에게 관심을 가져라. 자기 성찰이 깊어져 되레 더 불안해진다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예측해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다 똑같다는 것, 그리고 나만 힘들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153쪽

최근에 자기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더욱 와닿은 문장입니다. '자아'를 지옥이라고 표현했던 <나는 왜 내가 힘들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나에 대한 생각에 있어서는 무플이 가장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냥 흘려보내고 내가 아닌 남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것도 힘들다면 책이나 가상의 인물을 삶을 통해 날의 삶을 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은 불안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에서 "점점 더 가치 있는 일로 불안해지고 싶다"는 하주원 선생님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을 통해서 불안의 다양한 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불안이 굉장히 폭넓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존재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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