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이라는 끝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가시밭길을 헤쳐 가면서 드물게 찾아오는 짧은 기쁨을 길게 늘이고 싶었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의미도 굉장히 컸죠.
강창래작가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저절로 터져 나온 글이라고 했습니다. 드물게 찾아오는 기쁨을 더 오래 만끽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글이기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저염식을 해야 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며 음식의 '간지'를 살리기 위해 쥐똥고추를 넣으며 매운맛을 내는 남편의 부엌은 낯설지만 처절하지는 않습니다. 음식을 차려내는 사람의 즐거움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 과학, 문학 등 많은 분야에 대한 폭넓은 글을 쓰는 작가에게 누군가 질문을 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셨나요?"
강창래작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들이 있었고, 그 궁금증은 삶에 가까이 있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삶은 문학, 예술, 과학, 사회학 등 너무 많은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되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 강창래작가이기에 '부엌'이라는 삶의 장소 또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곳이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요리에 대한 책도 많이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 질문은 아내의 돌봄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아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드물게 찾아오는 짧은 '기쁨'까지 주었으니 처절할 수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오늘 뭐 먹지?"입니다. 어떤 음식이 그 순간을 맛있게, 행복하게 해 줄지 상상의 밥상을 차려 봅니다. 그 밥상에 둘러 앉은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첫 술을 뜨고 "맛있다"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