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여기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된다.
김금희, [대온실 수리보고서] 70쪽
이 부분을 읽으며 과학 시간에 배웠던 저울 사용방법을 떠올렸다.
1. 저울을 편평한 곳에 놓는다.
2.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0을 맞춘다.
3. 눈금과 눈이 수평이 된 상태에서 눈금을 읽는다.
시험 문제에 자주 출제되는 부분은 '0점' 조절 부분과, 눈금을 읽는 눈의 위치이다. 저울을 보면 흥분하게 되어(?) 0점을 놓치거나, 눈을 위로 혹은 아래에 두어 실제보다 과대 혹은 과소 평가 되기 때문이다.
타인과 나의 관계를 잴 때도 그런 것 같다. 일단 그 무게를 재기 전에 나를 편평한 곳에 두어야 하는데 자꾸 어느 곳으로 치우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호흡을 하고 평정심을 갖는 것이 1단계이다.
그리고 기본값 0을 찾아야 한다. 그와 나의 관계에서 0점은 어디일까? 어느 지점을 넘어섰을 때 - 혹은 손해로 볼 것인가? 그 0점은 나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비극은 그가 설정한 0점과 내가 설정한 0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에게 당연한 지점이 누군가에게는 무례일 수 있고, 또는 배려나 친절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적당한' 관계 맺기가 힘들다. 사람과 상황에서 맞게 '적당한' 지점에서 0점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아집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저울이 뻑뻑해져서 그런지 0점 조절이 부드럽지 않다. 덜컹거리고 삐걱거리고 유연하지 못하고.. 가끔은 기어이 꼰대 소리를 듣고서 정신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