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널 기다리며 문득 생각했어.

오픈런, 웨이팅 실전 후기

by 연꽃 바람


1월 중순에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길을 걷다 보면 종종 긴 줄을 만나게 되었다. 뭣도 모르고 그런 줄을 기웃거린 덕분에(?) 그 유명한 두바이 쫀득 쿠키도 먹어보았다. 아마 여행지가 아니라면 절대 서지 않을 줄이다. (참고로 위의 사진은 이치니산도를 사기 위한 줄이다. 사진 속의 모습은 긴 줄의 4분의 1만 담긴 것이다. 감히 여기에는 기웃댈 수 없었다.)


웨이팅과 오픈런. 다소 유난스러워 보이는 이 행위를 직접 경험해 보니 이 행위의 매력을 알 것도 같았다.


나는 혼자 줄을 섰고 여행의 설렘으로 마구 사진을 찍어댄 결과 배터리가 얼마 없었다. 마지막 배터리는 숙소를 찾아가는 길안내를 위해 남겨 두어야 했다.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상황이 일종의 명상의 시간 같았다. 그저 서 있는 것이다. 앞사람이 한 걸음 내딛으면 그 자리에 내가 서고, 다시 앞 발자국을 따라 나의 발자국을 옮기며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앞사람과 뒷사람의 목소리를 듣으며, 1시간여 함께 줄을 서 있다 보면 그들의 목소리가 정겹게 느껴져 줄 끝에서 헤어지게 될 때 '잘 가요'라며 애틋한 인사를 할 지경이 된다.


한 걸음씩 나아가며 어느 만큼 기다려야 하는지 눈으로 보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벌써 성과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처음 줄을 섰을 때는 줄의 맨 마지막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뒤로 고드름이 자라듯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나의 기다림에 이자가 쌓인 듯한 기분도 든다. 뭔가를 해내고 있는 듯한 뿌듯함이 드는 것이다.

지금 내가 뭐 하는 짓인지 자괴감이 들 때마다, 이 일이 몹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는 수십 명의 낯선 동료들이 있다. 나와 그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서 오는 어떤 에너지가 있다.

그렇게 쟁취한 나의 전리품인 두바이 쫀득 쿠기를 들고 추위에 곱은 손으로 겨우 숙소의 문을 열며 들어갔을 때, 이불속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며 "샀어?"라고 말하는 귀여운 입을 볼 때 나는 어떤 승리감에 도취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이제 맛을 보았으니 다시는 그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다렸노라.

먹었노라.

다시는 줄을 서지 않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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