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발이 시리지 않니?

한 겨울 보도블럭을 보며

by 연꽃 바람


밖으로 나오기 전에 기온을 확인한다. 5도. 나쁘지 않다고 포근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바람이 차다. 얼른 마스크를 꺼내어 쓰고 걷는다.


맞은편에서 옷까지 야무지게 챙겨 입은 하얀 강아지가 걸어온다. 근데 표정이 왠지 추워 보인다. 옷은 입었는데 양말도 신발도 없다. 바닥이 얼마나 시릴까?


흙길이나 풀로 덮인 길과 달리 모래나 콘크리트 바닥은 얼마나 차가울까? 시골집에서 잠깐 보일러를 틀지 않은 마루로 발을 내딛거나 잠깐 문간방에서 물건을 꺼낼 때 발가락으로 전해지던 냉기가 얼마나 싫었는데...


작은 강아지의 부드러운 젤리 발바닥도 그냥 피부일 텐데 바닥이 얼마나 추울까? 자동차와 사람이 다니기 편하라고 길은 곧고 매끈하다. 하지만 신발이 없는 강아지에게는 이 매끈한 길이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얼음장 같겠지.


반듯하고 매끈하고 예쁘게 깔린 보도블록으로 보며 순간 주변을 걷는 사람들의 신발과 양말을 벗기는 상상을 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시린 겨울의 기운을 느껴보라고.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에서 험프리처럼 "이 도시는 우리의 것이야!" 라고 외칠지도 모를 배제된 사람들에게 대해서 생각한다.


인간의 편리함과 당연함이 누군가에는 투쟁영역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는 '정상(normal)에 포함되지 못한 존재들이 상식적 수준의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투쟁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아지의 시린 발처럼,

시린 발로 걷는 존재들이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당연함이 누군가를 시리고 외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보도블럭으로 보며 문득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던 투쟁의 사진을 모은 '장애인이동권 투쟁 20주년 사진전(2024년), 버스를 타자'를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진은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본부 주최로 2025년 10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 및 1차 캠페인.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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