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을 기리며.
어린 동무들에게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어른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재하기로 합시다.
뒷간이나 담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길가에서 떼를 지어 놀거나 유리 같은 것을 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도 합시다.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사양하기로 합시다.
입은 꼭 다물고 몸은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이 글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등장합니다. 찬실이 김영과 함께 방정환 공원을 산책하다가 함께 이 글을 읽는 장면이 나옵니다. "참 좋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참 좋습니다.
날씨 좋은 5월, 해가 길어져서 지는 해를 반드시 보려면 7시를 훌쩍 넘겨야 합니다. 예쁜 달이 뜬 그 시간까지 가로등의 불이 켜진 시간까지 오늘도 놀이터를 누비는 아이를 보며 '그래, 돋는 해를 보며 바깥으로 나와 마음껏 누비다가 지는 해를 보고 들어가는 것이 어린이의 일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재촉하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하늘에난 손톱자국처럼 떠오른 달을 보며 오늘 하루도 건강히 어린이다움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한껏 빠져서 얼굴에 흙이 묻고 손이 까매져도 반짝이는 눈동자는 달빛을 닮은 아이의 모습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치의 에너지를 온 우주에 발사하는 아이들 덕분에 지구가 돌고 태양이 빛을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른이에 이르는 중간 과정이 아닌, 그 자체로 온전한 '어린이'라는 이름을 갖게 해 준 방정환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