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남자

지금, 라이브 단상

by 연꽃 바람

아이가 놀이터로 나간 일요일 아침.

에어프라이어에 식빵 두 장 넣어두고 그 사이 참빗질하듯 식탁과 발이 밟히는 것들만 치운다. 전기주전자에 물이 끓는 동안 주방에 여기저기 흩어진 아이의 아침 식사 흔적도 일단 싱크대에 몰아 두고 커피 원두를 간다. 대충 다이얼을 돌려 둔 에어프라이어의 땡 소리에 따끈한 빵이 떠올라 마음이 급하지만 일단 커피를 꺼낸다. 어제 새로 산 원두의 입구를 가위로 자르고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드디어 에어프라이어에서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식빵 두 조각과 아직 개봉하지 않은 쨈을 경쾌한 뻥 소리와 함께 개봉한다. 이 순간 정지영의 오늘 아침에서는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남자~'가 흘러나온다.


갑자기 가족이 아니라 나를 위해 개봉하고 제일 먼저 먹는 일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갓 지은 밥의 첫 술도 아이에게, 편의점 생수도 제일 먼저 아이 입에 넣었다. 퇴근이 늦어 정신없던 저녁에는 같이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지 못하고 아이 배를 채우고 나서 남은 음식으로 내 배를 채웠다. 쨈의 뚜껑을 열어 숟가락으로 가운데 부분이 움푹 파이도록 첫 술을 뜨고 내가 먹을 빵 위에 바르며 갑자기 든 생각이다. 서글프거나 내 자신이 안쓰러운 기분은 아니다. 그저 아, 내가 이런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잠깐 멈칫했다.


때마침 들리는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남자~"라는 노랫말에서 그 남자가 내 아이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예감이자 예언이며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할 운명이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서,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의미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을 아이가 비로소 다른 사람과 다른 일에서 찾게 될 때 아이는 독립을 할 것이다. 나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내리사랑'을 내가 하고 있었다.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아이가 세상을 넓혀갈 때 나도 내 세상을 넓혀서 다 주고도 또 줄 것이 생기는 화수분으로 남고 싶다. 떠나갔다가도 그립게 가끔 돌아왔을 때, 떠날 때 보지 못했던 보석 같은 무언가가 있어서 "엄마, 나 그거 주라. 내가 엄마 품을 떠날 때는 못 보던 건데 언제 생겼어?" 라며 생떼를 쓰게 만드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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