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꽃 바람 Jul 07. 2022

My Coffee Collection

1_ 커피를 마실 때 들으면 커피가 더 맛있어지는 노래

      Coffee - Quinn XCll, Marc E. Bassy


I just made two cups of coffee

But you're not here to drink it now

Forgot you left before the morning


가사는 조금 슬퍼요... 커피 두 잔을 만들었는데 나머지 한 잔을 마셔야 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침에 이미 떠나버렸다는 것을 잊은 것이에요... 그 사람 나빠요.... 커피 한 잔은 마시고 갈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담담하고 달콤하네요. 이별과 홀로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술이 아니라 커피를 말하는 것, 밤이 아니라 아침을 말하는 것이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커피는 아침을 여는 음료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이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면 왠지 모르게 파이팅 에너지가 생깁니다. 나와는 다른 세계로 가서 다시 돌아올 일이 없는 그녀를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는 그의 마음에서 지난 일에 대한 미련은 털고 모르는 것,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돌고 도는 질문은 접자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이 커피를 마시고 아침을 열고 카페인이 몸을 돌면 깨어나서 다시 나의 일상을 회복하리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슬프지만, 세상이 슬프니까, 안 슬프고 살 수는 없으니까,

밤의 슬픔은 잠시 있고, 아침의 일상을 열어야죠!


https://youtu.be/RIrAoM7gyLY


2_ 커피가 가장 좋아지는 순간

     혼자 집에서 커피를 내릴 때입니다.


커피가 입에 들어가서 첫맛이 느껴지는 순간도 좋지만 사실 더 좋은 순간은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의 여유로움의 시간입니다. 물이 끓는 동안 원두를 갑니다. 핸드밀을 사용했지만 손목이 너무 아파서 전동 그라인더로 드르륵드르륵 커피콩을 갑니다. 중간에 뚜껑을 열어 적당히 분쇄가 되었는지 확인할 때 확 끼치는 커피 향이 참 좋습니다.


드리퍼에 끓는 물을 부어 한 번 헹굴 때 촉촉해지는 여과지를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분쇄된 커피를 넣고 촉촉하게 적십니다. 오븐 속에 들어간 빵 반죽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커피를 바라볼 때 가장 좋은 향기가 훅 콧 속으로 들어옵니다. 이때가 제일 좋은 순간입니다.


약간의 뜸을 들이고 추출을 시작합니다. 똑똑 떨어지는 커피 방울이 만드는 소리와 차오르는 커피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립니다. 일종의 명상입니다. 비워내고 아무 생각하지 않고 드리퍼 위에 그려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커피가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3_ 커피가 필요한 순간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시작할 때입니다.


커피가 내려지면 컵을 골라 따뜻한 물로 한번 데우고 커피를 담습니다. 그리고 그냥 서서 커피 한 모금을 마십니다. 컵을 들고 슬렁슬렁 집안을 걷습니다. 발에 걸리는 집안의 물건들은 눈으로 한 번 째려보고 없는 듯 무시합니다. 이 방 저 방 기웃기웃 커피를 마시며 둘러봅니다. 건축업자가 견적을 내듯이 커피를 마시며 하루치 집안일의 견적을 내고 순서를 정합니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 휴대폰 플레이리스트에서 오늘의 집안일과 함께 할 음악을 고릅니다. 요즘 듣고 있는 음악은 Sigrid입니다. 어찌나 청량하고 단순하고 명쾌한지! 음악도 좋지만 인터뷰에 보여주는 그녀의 에너지도 참 좋습니다. Don't kill my vibe, Sucker punch, Stranger, Raw, Mirror 모두 저의 노동을 윤이 나게 하는 윤활유입니다.

https://youtu.be/cIriwVhRPVA

노동요를 너무 신중하게 고르는 나머지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확인하다가 1-2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식어 버린 커피에 얼음을 넣어 따뜻한 커피가 싱거운 아이스커피가 되어 물처럼 한숨에 마시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4. 나만의 커피 레시피

   아이스 믹스 라떼


저를 살찌우게 했던 레시피입니다. 직장에서 너무 덥고 너무 기운이 없을 때, 아침을 먹지 않아 세포 하나하나에 급하게 포도당을 공급해야 할 때, 단 게 먹고 싶을 때, 심심해서 한번 쉐이킥 하고 싶을 때, 그냥 등의 갖가지 이유를 붙여가며 초여름에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먹었던 마약의 아이스라떼입니다. 그리고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칼로리가 꽤 높았던지 여름에 흘린 땀은 어디로 간 것인지... 여름이 지나면 더 살이 오르게 하는 부작용이 있는 음료입니다.


- 셰이커에 인스턴트커피 1포 + 인스턴트커피 믹스 1포를 뜨거운 물에 녹입니다. 이때 물은 가루를 녹일 수 있을 만큼만 넣습니다.

- 녹은 커피 가루에 차가운 우유와 얼음을 넣고 셰이커 뚜껑을 닫아 거품이 생길 때까지 신나게 흔듭니다.

- 넉넉한 크기의 유리잔에 붓습니다.




지금은 이 레시피를 끊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단 맛보다 우유 자체의 고소함이 더 좋아져서 그냥 설탕 없이 마시는 라떼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레시피를 가능하게 했던 카누 사은품 셰이커가 없습니다. 아마 이사를 다니면서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추억의 음료를 마시려면.. 셰이커를 사야 합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셰이커를 꼭 사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뭐든 얼음을 넣고 흔들어 마시면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풀스테인리스로... 사서.. 만들어 보고 싶어 지네요!



5. 이제는 추억이 된 덕질

    맥심 사은품 모으기입니다.


바야흐로 제가 장에서 '총무'를 맡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덕질이었습니다. 대용량 커피 믹스를 자주 사다 보니 주문을 하면 자꾸 사은품이 딸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동료들이 물건 사 오느라 수고했다며 딸려온 사은품은 제가 가지라고 했습니다. 마트에 가사 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다가도 특가 상품으로 저렴하게, 그러면서 사은품까지 주는 커피를 만나게 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1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이 함께 있다 보니 대용량 커피믹스도 한 달이면 소진되었습니다. 커피가 떨어지지 않게 채워 넣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커피 상자 옆에 붙은 영롱한 사은품의 매력에 빠져서 카트에 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색깔별로 종류별로 사은품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쓰다 보니, 판매하는 커피 믹스를 넣어먹으면 딱 더 맛있게 되는 사이즈와 그립감의 사은품의 매력에 눈 뜨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란색 맥심 모카 골드를 마실 때 노란색 작은 맥심 컵에 먹으면 정말 제대로 그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물의 양을 맞추기도 쉬워서 딱 제가 원하는 단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집에 없지만 저를 스쳐 지나갔던 추억의 사은품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