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꽃 바람 May 10. 2022

아무튼, 머그

지금 여기, 라이브 단상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물건 가운데 하나가 머그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실 때도,

가족들이 없는 고요한 시간에 혼자 커피를 마실 때도,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도 머그에 무언가를 담아서 준비해 두어야 시작 에너지가 생긴다.


일을 할 때도 머그를 몇 개씩 가져다 두었다.

기분에 따라서, 마시는 음료의 종류에 따라서, 환경을 생각하는 동료 덕분에 머그가 늘어났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씻고 말려 두기가 미안할 정도로 양이 늘어서 컵 정리대를 사서 따로 두었다.

믹스 커피를 마실 때는 가마터에 첫 불을 지피는 파티(?)에 초대되어 구매한 자그마한 도자기 머그,

커피를 마실 때는 일을 마칠 때까지 넉넉하게 카페인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큼지막한 꽃 머그,

물을 마실 때는 카페 오픈 기념행사에서 받은 머그,

회의실에서 차를 홀짝일 땐 봉지커피를 살 때 사은품으로 준 빨간색 카누 머그.

그리고 동료가 선물한 빨대가 달린 유리 저그도 있어서 얼음을 넣은 유자차를 마실 때는 특별히 그 머그를 사용함으로써 선물한 동료의 입가에 달린 웃음을 만끽했다.

그렇게 몇 개의 머그들를 일터에 두고 퇴근 전에 의식처럼 그 머그들을 씻었다.

컴 홀더에 깨끗해진 머그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짤랑 거리는 소리를 내는 일터의 공기가 참 좋았다.


일터의 머그는 이제 집으로 옮겨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오랜만에 일터의 머그에 커피를 마신다.

휴직을 하여 그 바쁨이 없는 오늘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다시 일터에 가고 싶은 날들도 있을 만큼 나는 내 일터가 싫지 않다.

말갛게 씻겨 촉촉해진 머그가 하나씩 컵 홀더에 걸리며 짤랑 거리는 소리가 채워지던 그 공간이 싫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My Coffee Collec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