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씽어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바람의 노래'입니다.
삶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왜 사는지 알 수 없지만
어떻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 방법만 늘어갑니다.
살면 살수록 실패는 쌓여가고,
살면 살수록 질문은 더 깊어져 고뇌의 시간은 길어집니다.
하지만 실패도 고뇌도 비켜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사랑'이라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야겠지요.
이 노래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입니다.
여기서 '바람'이라는 것은 공기의 흐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소망을 뜻하는 '바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소망하며 살 수 있을까요? 그 소망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그 노래는 무엇을 말할까요?
'사랑'이라는 말이 식상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삶의 치트키라는 생각도 듭니다.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낱말인 '사랑'을 사랑합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조용필의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입니다. 무려 조용필 19집!
1950년생인 조용필이 2013년 그러니까 예순넷의 나이에 연인에 대한 두근거림을 노래하는 것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여전히 새로움에 목말라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젊음'이 멋져 보였습니다. 그래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앨범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입한 지 10년이 지나가는 2022년 여름, 이 곡을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필이고 예순 넷이고 간에 이 노래가 너무 좋았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날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걸으면 발걸음에 바운스가 생기는 느낌입니다. 도입부의 기타 선율이 걷기의 리듬이 되어 정말 경쾌한 발걸음이 만들어집니다. 노랫말을 들으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갑니다.
밤새워 준비한 순애보,
내 가슴 울렁이게 만들었어,
별처럼 반짝이는 눈망울,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랑의 꿈
이런 다소 식상할 수 있어서 상투적이라고 느껴지는 노랫말들! 그런데 요즘 노래에서는 들을 수 없어져서 식상함이 다시 새롭게 느껴집니다. 마치 예전의 고전적인 사랑을 현대적인 음률 위에 재현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고풍스러운 노랫말이 바운스 선율 위에서 꿈틀꿈틀, 콩닥콩닥 전해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Baby you're my trampoline이라는 가사입니다. 사람을 트램펄린에 비유하다니. 바운스하면 역시 트램펄린이긴 합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박정현의 리메이크를 듣고 너무 좋아서 찾아 들었던 노래입니다. 그런데 저는 조용필의 원곡 버전도 참 좋았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회한'이라는 낱말이 떠오릅니다. 뉘우치고 한탄함. 돌아온 탕자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단순히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한 인간의 홀로서기, 성장을 위한 떠남, 그리고 다시 회귀하는 운명론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들을 때마다 감정이 묘해집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줄 알았지."라는 첫 문장이 전체 곡을 지배합니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노랫말도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의 말로 들렸습니다.
그럼에도 눈물로 용서를 호소하고 후회를 한탄하는 노래가 아니라 떠남으로 한 차례, 그리고 떠나기보다 더 어려운 돌아옴으로 두 차례 성숙해진 마음이 느껴져서 계속 듣게 되는 노래입니다. 이해할 수 있을 듯 이해하기 어려운 돌아온 탕자의 마음이 느껴진달까요.
어떤 때는 떠나가는 사람의 마음이 되어 듣게 되고, 어떤 때는 남겨진 사람의 마음이 되어 듣게 되는 노래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들으니 내가 떠날 때 남겨져서 저의 뒷모습을 바라봤을 부모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듣게 되네요. 아버지께서 지금 있는 곳에서 멀리 떠나 달려 나가는 저의 모습을 보며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눈빛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곡 역시 제가 소장하고 있는 조용필 19집에 있습니다. 알고 보니 김이나 작사가가 쓴 곡이었습니다. 어쩐지 가사가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물 흐르듯 살다가 행복이 살에 닿은 듯이 선명한 밤"이라는 가사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요? 낯설듯 익숙하고 뭔지 모르지만 알 것도 같은 그런 노랫말이 조용필의 목소리로 전해지니 정말 감동입니다.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날 품은 채로 웃었네"
"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
봄이 되는 이름이라니! 이름만 불러도 봄이 된다니! 어떤 마음을 담아 이름을 부르면 '봄'이 되는 것일까요?
부르면 손끝에 온기가 돌고 코 끝에 새순의 냄새가 나는 그런 이름을 가지고 계신가요?
제 대답은...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