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AKMU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배경이 그려지고, 두 연인의 표정이 그려지고, 어떤 이별이 생각납니다.
특히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 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널 바라본다" "적막 짙은 도로 위에 걸음을 포갠다"는 가사에서 이별을 예감하는 연인의 움직임과 뒷모습, 그리고 주변을 감싸는 적막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처연함 그 속에서도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너를 사랑하는 거지."라는 담담함과 여전한 사랑의 고백이 아름답게 슬픕니다. 이게 음악의 힘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린 장면은 이렇습니다.
12월 20일,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코 끝이 쨍한 겨울 저녁입니다. 늘 그래 왔듯이 늦은 퇴근 후 각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역 근처에서 만납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지저분해진 빙판이 되어 길가에 쌓여있고 버스의 온기 덕분에 더 싸늘하게 느껴지는 공기가 온몸의 틈새로 스며들어 저절로 몸이 움츠러듭니다. 짧은 눈인사로 서로를 확인하고 익숙하게 근처 카페로 향합니다. 이제는 침묵의 대화가 더 길어지는 둘 사이, 편한 듯 불편한 듯 주변의 소음에 기대어 일부러 몇 걸음 뒤처져 봅니다. '네가 없으면 어떨까?' '지금처럼 내 곁을 함께 걷는 네가 없다면 난 어떨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옆이 허전해진 앞서 가던 연인이 뒤를 돌아봅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연인의 얼굴이 마음에 머뭅니다.
카페에 마주 앉아 있지만 별 말이 없습니다. 주변의 소음들 사이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중간중간, 커피를 홀짝이는 중간중간 몇 번의 시선이 마주쳤을 뿐입니다. 우리는 왜 지금 여기에 함께 있는 것일까? 이렇게 한 발 한 발 이별에 가까워지는 것일까? 누구도 먼저 이별이라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 길에 들어섰음이 분명합니다.
어느새 커피도 식어가고 카페도 문을 닫을 시간. 둘은 밖으로 나가 지하철 역을 향해 걷습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적막한 도로에는 두 사람의 걸음이 도로에 포개어지는 소리만 들립니다. 습관처럼 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틀어지기 시작한 그 지점을 찾고 싶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도 마음을 되돌리 수도 없습니다.
그저 너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지금의 나보다 더 황폐해질 나의 마음에 대한 확신만 있을 뿐입니다. 이미 다가온 이별, 예견된 회자정리의 순간을 예감하고 마주 보는 노래 속의 화자는 담담하게 이별까지 사랑할 수는 없다고 최선이 아니 차선의 마음으로 한 번 더 이별을 보류합니다.
가사 그대로를 옮겨 쓰기만 해도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됩니다.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 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널 바라본다.
옆자리 허전한 너의 풍경 흑백 거리 가운데 넌 뒤돌아 본다.
그때 난 널 떠날 수 없단 걸 알게 되었어.
우리 사이에 그 어떤 힘든 일도 이별보단 버틸 수 있는 것들이었죠.
널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난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 같이 아파할 수 없어.
두세 번 더 '길을 돌아갈까?' 적막 짙은 도로 위에 걸음을 포갠다.
아무 말 없는 대화 나누며 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본다.
그때 난 더 갈 수 없단 걸 알게 되었어.
한 발 한 발 이별에 가까워질수록 너와 맞잡은 손이 사라지는 것 같죠.
널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난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 같이 아파할 수 없어.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가사의 내용의 일부는 어순을 바꿔서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