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의 성에서 CCTV의 갑옷을 입은 그를 상상하며

지금 여기, 라이브 단상

by 연꽃 바람

요즘에는 집에 도둑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는 분이 하신 이야기란다. 수감자들 가운데 빈집털이범은 없어졌다고 했다. CCTV, 블랙박스, 안업체 등등 도처에 그들의 행적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있고, 요즘은 집에 현금을 두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앉은자리에서도 사람의 눈을 닮았지만 사람의 눈보다 넓은 시야와 감도를 지닌 렌즈를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자동차 거울 위에서 깜박이는 불빛들, 내 손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며 바로 녹화를 시작할 수 있는 스마트폰, 카페 구석마다 달려있는 CCTV까지.


이 카메라들은 사람의 눈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서 48시간 이상 영상을 저장해 두고 있다. 이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 원한다면 그 속에 담긴 내 모습, 나도 모르는 순간의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도 모서리 마다 cctv가 있다.

무심한 듯 향한 렌즈의 시선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힘도 있다. 범죄의 현장에서 아마 제일 먼저 확보하는 것인 CCTV 영상일 것이다


어찌 보면 얼마나 많은 고성능 렌즈를 가지고 있는지가 힘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몇 중의 갑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많은 CCTV를 가진 사람은 쉽게 공격할 수 없는 대상일 것이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보안의 탑 안에 다시 CCTV의 갑옷을 입은 성주일 테니까.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떤 카메라에도 찍히지 않고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완벽한 익명성을 갖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내 이름으로 가입한 휴대전화를 가지고 세상 어디에 가더라도 그들은 위치 정보와 가입 정보를 가지고 나를 찾아낼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서 인물 정보에 대한 태그를 달면 내가 올린 사진 한 장만 가지고도 마치 여섯 다리를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케빈 베이컨의 법칙처럼 나를 아는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나를 알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https://youtu.be/GNzeH9HMkYY


그러니 철옹성에 있다고 안심하는 보안의 탑에서 CCTV의 갑옷을 입은 성주여, 너무 안심하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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