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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훈 Apr 06. 2020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짜르' 리처드 레이어드와 그의 새책 이야기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사진: 가디언)

행복과 관련한 얘기를 하다보면 양극단으로 충돌하는 주장들이  있다. 하나는 행복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긍정심리학’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마음 챙김, 긍정적 사고 등이  강조되고, 사회와 국가의 역할은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반면 행복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처럼 정부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므로 개인적 처방보다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행복경제학’이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이처럼 긍정심리학과 행복경제학적 견해가 종종 충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있다. 특히 그는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즉 행복의 비밀을 밝혀  왔다. 바로 리처드 레이어드(Richard Layard, 위 사진, 출처 <가디언>)란 영국의 경제학자로, 85세(1934년생)의  노학자다.


이러한 그가 그간의 연구성과를 다시 집약한 책을 최근 세상에  내놓았다.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증거와 윤리(Can We Be Happier? Evidence and Ethics)>가  그것이다. 레이어드의 신간을 대하는 가디언의 보도는 파격적이다. 아직 채 출판되지도 않은 책의 주요 부분을 발췌하여 장문으로 소개하고 있음은  물론, 레이어드의 인터뷰 기사와 서평까지 따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가디언은 레이어드의 이 책을 이렇게 극진히 배려하며 소개하고 있을까?  


일생을 '행복의 비밀' 연구에 바친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 교수로, 일생을 행복 연구에 바쳐온 경제학자다. 이스털린의 역설(Estearlin's paradox)로 유명한  이스털린(1926~)과 함께,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것을 일찍이 실증한 행복경제학의 아버지다. 경제학자이면서도 특히 정신건강이 행복의  주요한 요인이라 강조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국내에는 2011년 <행복의 함정>이란  제목으로 출판된 <행복, 새로운 과학의 교훈 : Happiness, Lesson a new science(2005)>이 있다. 여기서  그는 경제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 수많은 학문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행복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개인, 사회, 국가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의 여러 정책 제안이 영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면서 ‘행복 황제(Happiness Tsar)’라는  놀라운 닉네임을 얻게 된다. ‘대부’나 ‘아버지’도 큰 존칭인데 ‘황제’라니 영국 사회에서 그의 위치와 존경심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의 행복정책 아이디어는 당시 영국의 토니 블레어(노동당)와  뒤를 이은 캐머런(보수당) 총리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인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영국은 블레어 정부 시절부터  행복지수 도입을 추진했고, 캐머런 집권시절인 2010년부터 국가적 웰빙을 측정하는 ‘국가적 웰빙 측정(Measuring National  Well-Being)’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사르코지는 2008년 유명한 ‘스티글리츠위원회(경제 실적과 사회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를  조직한다. 이후 스티글리츠위원회 보고서는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2011)’와 UN의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2012)’를 추동하는 데 영향을 미쳤으니, 가히 행복짜르로 불리어질만한 인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행복보고서에는 존 헬리웰(John Helliwell)과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와 함께 직접 공동편집자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행복정책과 관련, 스티글리츠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때문에 당초  제안자인 사르코지의 프랑스가 부각되어 있으나, 그 국제적 영향력의 시원은 영국이라 할 수 있다. 레이어드가 그 핵심적 역할을 했고(실제 그는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경제자문 역할도 했다), 비슷한 시기(2006년)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F)은 지구촌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를 개발했다. 이렇게 학계와 민간차원의 행복지수 찾기 노력과 정부차원의 행복정책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활발히  시도됐던 나라가 영국이다(국가차원에서 주관적 복지를 공식통계로 측정한 최초의 나라이기도  하다).


레이어드는 또한 2010년 ‘행복을 위한 행동(Action  for Happiness)’이란 국제적 시민운동단체를 창설, 운동을 펼쳐오고 있기도 하다. 이 단체에는 전 세계 175개국에서 15만 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달라이 라마도 이 단체의 고문으로 함께하고 있다. 


행복한 사회를 위한 10가지  행동지침


이번 신간에서 그는 다시 얘기한다. 개인적 성공을 목표로 하는  현대의 극심한 경쟁문화에 심한 우려를 표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 역설한다. 그리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Action for Happiness의 10가지 행동지침(10가지 Key)을 소개하고 있다. 10가지 키는 약어 GREAT DREAM으로  표시되며 5가지 일상 활동과 5가지 마음 습관으로 나뉜다. 이 10가지 행동수칙은 필자가 행복강의 마지막에 꼭 소개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리차드  레이어드의 '행복한 삶을 위한 10가지 행동지침'

이 외에도, 청소년 시기의 행복이 성년시기의 행복을 결정한다며  교육현장에서의 다섯 가지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업가들에게 직원들의 행복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것이야말로  생산성과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 역설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정부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포퓰리즘과 분열의 정치가 미래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우리가 함께 하면 ‘행복혁명’은 성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학자이자 활동가로 '실천하는 지성'  


경제학자이면서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통섭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개인의 성찰과 사회적 과제, 정부의 역할 등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는 것, 학자이면서 정치행정과 시민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그의 족적을 통해 난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을 본다. 그의 이번 신간을 통해 ‘우리도 함께 하면 행복혁명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국내에도 레이어드 교수의 이번 역작이 빨리 번역 출판되어 행복짜르의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기를, 기회가  되면 올해 레이어드 교수를 초청, 그의 행복한 강의를 함께 듣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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