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장도 아플 준비를 하더라
지난 월요일.
멀쩡하던 맥북이 갑자기 부풀어 오르면서 발열이 심하더라. 뚜껑도 잘 안 닫히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터지면 어떡하지. 그럼 내 복장도 터지고, 통장도 터져버릴 텐데. 혹시나 싶어 검색해보니 배터리가 부풀어서 그런 거라더라. 자가 수리는 7만 5천 원. 사설 업체는 15만 원, 공식 센터는 31만 원. 마음 같아선 자가 수리하고 싶었다. 그치만 만약 자가 수리에 실패한다면? 노트북을 다시 사야 할 상황이 온다면?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에 지금 자취방을 내놓고, 절절 울면서 본가로 다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 상황을 전해 들은 친구, 초가 1,2년 쓰다가 새로 살 거면 자가 수리하고 앞으로 4,5년 더 쓰고 싶으면 공식 센터로 가라 그랬다. 정말 탁월한 조언이었다. 더는 망설이지 않고 공식 센터로 갔다. 나는 반드시 이 아이와 십년해로 할 셈산이었으므로.
공식 수리점은 TUVA였나 뭐 그런 이름이었다. 지점이 다양했는데 당장 맡기는 게 가능한 곳으로 갔다. 배터리 교체하는 거니까, 하루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맡기고 가라고, 이삼일 걸리실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진짜 하늘이 노래지더라. 한국에서 전자기기 수리가 2,3일 걸린다니.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 거냐고 물었더니 그냥 부품 수급 기간 때문에 그런 거라고, 수리 완료되면 연락드리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암만 한국에 있어도 외제 회사는 외제 회사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투덜투덜거렸는데 결국 목요일에 연락이 오더라.
쉭쉭 대면서 찾으러 갔다. 새 것 같은 노트북이 나오더라. 이실직고하자면 노트북 아주 많이 더러웠는뎈ㅋ 아주 깨끗하게 닦아주셨더라고. 어쩌면 백년해로도 할 수 있겠는데 싶은 자신감이 솟구쳤다. 물론 31만 원 긁을 땐 정신 번쩍 들면서 와 인간적으로 이 돈 가져가면서 클리닝 서비스까지 없으면 그건 회사가 아니라 그냥 날강도다 싶긴 했다. 뭐 덕분에 6년 차 중년 맥북 무사히 내 품으로 돌아왔다. 신나서 밀린 일기 쓰고 있는 거다. 전에는 케이스 씌우고 무슨 실드에 보호 스티커에 온갖 거 다 달고 다녔는데, 이번엔 다 벗겨버렸다. 그냥 날 것으로 들고 다닐 예정. 앞으로 딱 4년만 더 힘내 주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 내가 어떻게든 출세해서, 부디 호상 치러줄 수 있기를.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