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유년시절은 잘 있나요?
사소한 그 시간의 무게
by Thaumazein May 11. 2020
새벽녘 깨어날 때면 반가운, 모든 것이 잠든 고요한 이 시간, 지금 내게 들리는 건 쌔근쌔근거리는 내 아이의 숨소리뿐. 아무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리는 이 시간.
문득 아주 옛날 일들이 떠오른다. 내 인생에 참 즐거운 사건들은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아주 사소한 일들. 그러나 그 사소한 기억들이 때론 막다른 골목 끝의 인생도 버티게 한다.
어릴 적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동네 여기저기.
해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구름다리 위에 앉아 바라보았던 아직까지 생생한 그 저녁의 붉은 노을.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들리는 저녁마다 짖는 강아지들의 멍멍 소리와 온 동네 가득한 매캐한 밥 짓는 냄새.
맛난 음식 너무 많이 먹다 배가 터질 듯하여 마당으로 나와 올려다보면 까만 밤하늘에 쏟아 내릴 것만 같은 별들.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원 없이 따먹은 새빨간 산딸기.
소 한 마리, 소나무 한 그루만 있던 뒷산 위 풀밭에서 언니, 동생과 까르르 웃으며 구르고, 달렸던 그 언덕.
새로 이사 간 아파트 베란다에서 먹었던 그 여름 참 맛났던 포도맛.
계곡으로 캠핑 가서 실컷 놀고, 또 놀고 우리들의 행복한 소리만큼이나 튀어 오르던 냇가 물방울, 그 물방울에 비친 싱그러운 햇살.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가장 생각나는 인생의 시절이 바로 유년시절이라고 한다. 그 때 행복했던 시간들이 가득하다면,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도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글로 남기기에는 넘쳐나는, 비눗방울처럼 영롱하게 생겼다 퐁퐁 터져버리는 내 유년시절의 기억들.
손에 잡을 수 없어 더 그립고 소중한 시간들.
어쩌면 그 시간들로 지금까지 살아온 나는, 이제 내 아이에게 그런 사소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오늘도 하루하루를 무지개빛 비누방울로 가득 채우려 하고 있다. 언젠가 내 아이에게도 찾아올 슬픔이 있다면, 그 슬픔도 추억으로 이길 수 있도록. 지난 뒤 후회 않도록 나와 내 모든 것에 사랑을.
또 먼 훗날 떠올리며 그리워할 나의 또다른 사소한 시간들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삶의 어디쯤 지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