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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운 너 Oct 31. 2022

[이태원 핼러윈 참사]  2022년 10월 29일

우리도 머지않아 영정사진 속에서 아프게 웃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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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 연주자가 숨을 모아 플루트를 불 때, 그의 들썩이는 어깨, 공기가 가득할 허파 그리고 그의 호흡과 살아있음이, 확실한 생기와 숨소리, 죽음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로 명확하게 느껴졌다.


살아 있음으로 연주하고, 살아 있음으로 경청하고 이 순간을, 이 공기의 진동을, 바람의 흐름을, 이 악기 소리를, 플루트의 선율을, 이 삶을 우리는 연습 없이 온전히 지금 산다. 살고 있다.


죽음의 허망함. 숨이 달아난 육체. 꽃 피우다 저버린 청춘, 고백을 앞둔 너와 나, 그 부모의 심정. 살고자 했으나 짓밟힌 목숨. 숨. 숨결.


망각된 기억 속에 다시 찾아온 참사. 다시 리본을 달아야 할 우리의 운명. 불행. 그 희생자 가족의 고통의 깊이. 우리도 머지않아 영정사진 속에서 아프게 웃고 있을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은 누구에게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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