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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갈라놓는 것

사랑이 '사랑' 아닌 것이 되는 것.

by 정다운 너

사랑이 깨지는 것.

사랑이 부서지는 것.

사랑이 '사랑' 아닌 것이 되는 것.



두 사람이 더 이상 손을 잡을 수 없는 것.


사람들은 죽음이 사랑을 갈라놓는다는 말을 한다.


무엇이 사랑이라고 의심없이 이름 붙이고 확신했던 것을 그것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놓을까.


시련과

운명과

스스로의 불확신과

사랑인 것을 사랑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와

운명을 걸지 못하는 용기와

함께 영원을 약속하지 못하는 무모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심장의 떨림에 대한 변이적 반응과

자기 방어를 빌미로 둘이 되지 못하는 무책임함과

어쩌면 이런 것들의 뒤죽박죽으로

생에 단 한번 사랑을 마주치는

그러나 그 중심이 아니라 그의 언저리에서 배회하는, 시작되지도 시작해보지도 못하는 방관자로서의 인간은

사랑을 방임하며 살아간다. 숨을 쉬며 살아나간다.



사랑이 부서지는 것은, 사랑이 깨어지는 것은 변심뿐이다.

사랑을 가능하게 했던 그 마음의 변심이다.

애초부터 사랑의 태동이 그 심장의 박동에서 시작되는 것을 우리는 안다.


죽음은 사랑의 연속성을 세차게 흔들어 놓지만,

결단코 사랑 그 자체를 부서뜨리지는 못한다.


죽은 이와 남겨진 이 사이에는 아직도 사랑이,

그 두 사람이 이름붙이고 그들이 함께 손잡고, 그들이 함께 눈 맞추었던, 입 맞추었던

변함없는 마음이 기억이라는 이름 그 너머에서 현재형의 두근거림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랑이고

죽음이 어찌하지 못하는 사랑이며

누군가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사랑이다.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이듯이

삶의 끝에 죽음이 있듯이

삶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어쩌면 사랑도 이와 같아서

예고치 않게, 하지만 꽤나 빈번히

죽음이 스치고

죽음이 닥치고

죽음이 덮치어

한 존재의 자리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흔들어 놓지만

그것은 사랑을 결단코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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