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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때 스쳤던 생각

선물 받은 초콜릿 상자를 매만지는 기분*

by 정다운 너


머물던 땅을 박차 올라 낯선 세계로의 항해.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세계가 언제나 존재하고 내가 열어보지 않는 한 영원히 열리지 않는 곳은 어제도 오늘도 그곳에 있다는 선명한 사실을 마주하며 누군가에겐 당연하게 익숙한 풍경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때, 가로수처럼 스쳐갈지라도 적의 없는 선의로 저녁을 맞으며 굴뚝 연기 속 온기와 나란히 걷는 오누이의 뒷모습, 무심하게 핀 들꽃을 등지고 안녕이라고 인사해. 그것이 만날 때 건네는 인사인지 헤어질 때 건네는 인사인지 그런 건 많이 중요하지 않아. 그곳에선.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그가 벤치에 앉아 초콜릿 상자를 열어보는 것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 비견해 이야기한 것에 착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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