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네가 떠난 자리가 한나절 햇볕이 지나간 자리처럼 덧없다. 잠시 쓸어보니 있다간 온기가 머물다 흐려진다.
기차역까지 배웅해 달라는 너의 부탁을 거절하고
기차역까지 향하는 너를 향해 입맞춤으로 작별했다.
기차와 함께 달려가는 너를 지켜보는 일이 이제는 습관이 될 법도 한데, 플랫폼 등지고 돌아서 계단을 내려오는 내 그림자가 눈앞에 선명해, 그러했어서 건널목 너머 강가의 물소리가 차가웠어서 너와 함께
기차역까지 가는 일을 그렇게 물렸다.
멀어지는 이 도시를 등 뒤에 두고 너는
처음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까.
어느 창가에 눈 마주치며 어깨짐을 부려 놓았을까.
전력 질주하는 열차에 오르면, 얼마간은 이곳도 저곳도 속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잠시 벗어두고 온 옷가지와 버려진 나뭇가지 눈에 밟히고, 미처 건네지 못한 말들이 차창 위에 부서지려나.
하늘은 머리 위에 있고 구름은 모양을 바꾸면서 너는 누구도 아닌 네가 되어 기차의 속도로 멀어지는 것이다.
너를 배웅하지 못한 탓에, 보내지 못한 잘못에
마중하고 싶은 마음이 겨울바람보다 아프게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