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덧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만이 아니다.
넘쳐서 흐르는 눈물,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소금기가 남는다.
그슬리는 모래로 까실댄다.
너의 손을 잡은 날,
나는 왜 네 곁에 누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차가운 공기,
눈이 부신 불빛.
너의 얼굴에 내 얼굴을 차마 포개지 못하고
나는 낯선 얼굴로 네 앞에 섰다.
너의 이름과 내 이름을 하나로 묶어
네 손 안에 쥐어 주고
나는 한 걸음 멀어졌다.
너를 두고 나오며
등 뒤로 닫히던 문이
가까스로 손을 잡는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피어나는 봄날에
나는 무지개가 걸렸던 자리를
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