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돌아갑시다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읽은 후에 암울해진 마음을 쓸어내리려 좀 산뜻한 시집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집어 든 책이 바로 나태주 시인과 그의 시를 읽으며 쓴 김예원 씨의 글로 이루어진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라는 책이다. 꾸미지 않은 부드러운 문체의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러운 시들로 마음이 금세 훈훈해졌지만, 기후 재난이라는 주제가 머릿속에 얼마 동안 맴돌아서인지 그중에 <인생>이라는 짧은 시가 특히 와 닿았다.
<인생>
인생은 실수다
그 실수 만회하기 위해
어둠을 헤엄쳐
지금은 돌아가고 있는 중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기후재난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인생이기도 하고, 호주에 와서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다지는 나의 인생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먼저 우리가 그동안 저지른 실수가 실수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어려워도 조금씩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에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온 수많은 인간의 작품과 편리한 생활 속에 얼마나 많은 실수가 깃들어 있는가. 작은 노력이 긴 세월을 되돌아가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시작은 언제나 중요한 첫 발걸음이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 지구여,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수가 실수를 낳고 되돌릴 수 없을 지경까지 계속 가는 것보다는 지금 멈추고 돌아가는 게 더 나을 테다. 더 큰 재난에 상처 받고 후회하기 전에 지금 만회할 길을 열심히 찾아가는 모습이, 지구의 건강 지키기에 있어 실수를 저지른 우리 모두의 앞으로의 인생이 되기를.
또 이런 시도 눈에 뜨인다.
<이편과 저편>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 이편에서
세상을 구경하면서 살 때가 있고
세상 그것이 되어 살 때가 있다
세상을 구경하며 살 때는
건너다보는 세상이 부럽고
세상이 되어 살 때는
세상을 구경하며 살 때가 그립다
그러나 두 가지 세상 모두가
아름다운 것이고 좋은 것이란 것을
우리는 잠시 잊고 살뿐이다.
나는 고백건대 그동안 내 주변만을 돌보느라 바빠서 지구의 건강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비닐봉지를 사용하거나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금세 잊고 살기 바빴다. 그동안 먼 산 불구경하듯 구경하는 삶을 산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아이의 세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아니 아이까지 갈 것도 없이 내 노후의 삶이 당장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이제부터는 구경하며 살지 않고 세상 그것이 되어 살아야 한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두 가지 세상 사는 자세의 균형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한다. Earth and Life Balance (건강한 지구와 내 생활의 균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