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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4. 안심 그리고 결단

12주차. 임신 중 생산성 - 중심을 잡으면서 내려놓기

by 행인A

임신 12주 5일째.


쏟아지는 피곤함, 졸음, 무기력감으로 낮에도 수차례 누워야 하고 낮잠을 자야 했던 시기가 지나고 에너지가 차오른다. 이따금씩 울렁거림이 있고 며칠 전 토를 하기도 했지만 몸에 에너지가 생기니 너무 좋다.

사실 임신 초기 나를 가장 괴롭힌 건 입덧이 아닌 꼬리뼈 통증이었는데, 이것도 좀 나아졌다.


그 사이 8주, 12주 두 번의 진료를 보았고, 목덜미 투명대 검사도 마쳤다. 아직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게 실감 나진 않아 초음파나 태아심음측정기를 통해 아이의 존재를 확인할 때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유산 확률이 1.6% 이하로 줄어드는 12주가 되면서 유산에 대한 불안감은 현저히 줄었다. 다행이다. 정말로.


컨디션이 올라오고 유산에 대한 불안이 줄어드니 하나 스멀스멀 올라오는 주제가 있다.

그동안 케어 받지 못한 나의 Productivity.


그동안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최소한으로만 했다. 다행히 바쁜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난 일을 좋아하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만족이 큰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이런 식으로 가면 단기적으로는 편하나 장기적으로 삶의 만족감이 감소한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소속된 팀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순간이 나에겐 중요하다.


내가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내 삶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고 그 결과 막연히 그리던 내 꿈이 현실인 지금,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 임신/출산 때문에 이 기회를 날렸다고 생각하면 분명 후회할 것 같다. 사실 지금 내 상황에서 productivity가 떨어지는 건 임신/출산 때문인 게 50% (중기가 되면 이 퍼센티지는 더 적어지겠지) 나머진 나태함이기 때문이다. 노오력을 해서 극뽁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할 수 있는데도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미루는데 익숙해지지 말자는 거다.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싶다.

1. 하루에 (크고 작은) 2가지의 업무는 적어도 끝낸다. (이메일 보내기 제외)

2. warm up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일단 일을 시작한다. 최고의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3. 하루 10분이라도 영어 공부와 운동을 한다.

4. 밥 먹고 바로 눕지 않는다.


어쨌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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