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 다툼과 화해
우린 20대 초반에 만나 5년 2개월 연애했고, 1년 3개월간 헤어졌다가, 다시 1년 3개월 연애 후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 후 1년 5개월이 지났다.
장거리 부부로 따로 살았던 시간을 제외하면 7개월간 같은 집에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 초기엔 서로의 차이를 맞추기 위해 많이 다툰다고 한다.
우리도 그랬다.
서로 취향이 달라서,
서로 습관이 달라서,
서로 사고방식이 달라서,
서로 언어가 달라서,
서로 연약한 부분이 같아서,
작게 또는 크게 싸웠다.
이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한 날은 없었으나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한 게 잘한 선택이었을까 생각해 본 날도 있었고
이 사람이 내가 결혼 전에 연애하던 사람이 진짜 맞나 진지하게 의심한 날도 있었다.
나도 울고 남편도 울었고
나도 억울했고 남편도 억울했으며
나도 미안했고 남편도 미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 시간들을 보내며
나는 깨달았다. 내가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어지간해서는 남의 말을 안 듣고 내 멋대로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집안일 분담에 예민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이 사람에게 많은 부분 마음을 의지하고 있고,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는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씨름하는 이 사람은 내가 그렇게 절절히 사랑하던 사람이고, 아직도 나는 이 사람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이것들을 깨닫기까진 상대방과의 많은 대화, 상대방의 오랜 인내와 배려, 나의 성찰이 있었다.
나의 성찰을 도와준 건 지난날의 기록이었다.
특히 우리 연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간,
그 기간의 끝에서 지금 이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던 때의 내가 적은 기록.
"oo에게 권태감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어 틱틱대기도 하고 잘해주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엔, 나의 중요한 부분과 부딪히더라도 oo이가 중요하다. oo이가 날 진심으로 대하고 날 아끼니까 나도 계속 마음이 쓰인다."
"이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이 사람이 없는 나는, 또 그런대로 잘 살아가겠지만. 늘 외롭고 쓸쓸하고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을 갖고 세상을 홀로 싸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 것이다. 그런 강한 마음은 그 나름대로 또 장점이 있겠지만,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난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는 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나를 나만큼이나 사랑해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과거의 기록을 보자 그때 내 마음이 지금의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결혼 제도는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한 때였고, 그럼에도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내가 왜 이 사람을 이기려고 하는 거지? 내가 왜 이 사람을 상처 주려고 애쓰는 거지?'
그냥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춥게 살든 덥게 살든, 고기반찬을 먹든 말든 (최근 우리 논쟁 주제는 난방비와 반찬이었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내가 그토록 함께 하고 싶던 사람과 무려 결혼을 했는데.
갑자기 새삼 행복했다.
더욱 이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최대한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려주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사람이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 기싸움, 이런 것들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너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아.
내가 너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