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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Nov 11. 2022

육아4. 복귀 2주차.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휴가 복귀 2주차 월요일 일기.


어젯밤 자기 전 엉엉 울었다. 아기처럼 엉엉.

내일이 월요일인 게,

또 한 주가 시작하는 게 두려웠다.


그렇다. 나는 버거웠다.

그동안 하지 않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새벽부터 일하는 생활이 버거웠고,

일을 하기 위해 아이가 잤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런 내가 너무한가 싶은 마음이 버거웠고,

회사에서 다가오는 마감이 버거웠다.

 

체력이 딸렸고

계속 눈 주위가 떨렸고

주말에 좀 쉬면 피로가 풀릴 줄 알았는데

다 풀리지 않았고

이런 상태로 또 한 주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무서웠다.


오늘 Stauf 카페에서 본 젊은 사람들,

데이트를 하거나, 노트북을 들고 와 일을 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랬는데,

그리웠다.


웹툰을 보다가 열한 시가 넘어버려서 '망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작 웹툰을 봤을 뿐인데, 고작 열한 시였을 뿐인데,

고작 이 정도가 들어갔다고 일과 육아를 같이해야 하는 나의 삶이 무너질까 염려해야 한다는 게

싫었다. 서러웠다.




열한 시에 밤 수유를 하고 온 남편은

아직까지 안 자고 있는 나를 보며 "아직까지 안 잤어?" 라며 안아주었고

그 품이 따뜻해서 나는 울어버렸고

"왜구래 마음이 안 좋아?"라고 물어 주어서

나는 아가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남편에게 차마

아기가 없을 때가 그립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어서

그럼 말을 하면 아기가 듣고 속상할까 봐 (아기는 들을 일이 없음에도)

엉엉 울기만 했다.

좀 울고 나니 마음이 나아져서 내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기가 없었으면 어떨까, 그럼 웹툰도 자유롭게 볼 텐데... 그때가 자꾸 생각나고 그리워."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럴 때도 있는 거야."


괜찮다는 말 보다,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괜찮다고 하는 그 단호함이 나를 위로한다.


"지금 엄청 잘하고 있어. 다음 주엔 이것보다 조금 못해도 돼."

못해도 된다는 말보다, 빈말할 줄 모르는 로봇 같은 이 사람이 품은 진심이 묵직하게 다가와 나를 녹인다.


남편은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주었고

남은 집안일을 말없이 혼자 다 했고

새벽에 아기가 깼을 때도 나오지 말고 자라며 혼자 아기를 다시 재웠고

아침에 내가 좋아하는 계란 토스트를 해주었다.

남편도 일하면서 아이 보느라 힘들 텐데...



**

곧 백일이구나 우리 아기.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엄마가 더 많이 커서 널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보살펴 줄게.


**

아빠 된지도 곧 백일이구나.

남편아 고마워.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

빨리 건강해지고 일도 잘해서

너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줄게.

네가 더 공부 많이 할 수 있게 해 줄게.


**

이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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