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하는 데 유튜브를 보고싶다
나는 몰랐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순간의 쾌락을 포기하는 것이 될 줄은.
쉽게 말해, 보고 싶은 유튜브와 웹툰을 안 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일이 될 줄은.
남편은 미국 박사과정생, 나는 재택근무를 하는 미국 포닥연구원이다.
둘 다 비교적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일의 양이 많다 (돈도 없고..).
아이를 데이케어에 맡기는 것을 고려하고 산부인과 초진 보자마자 대기를 걸어놨으나 아직 대기 중이었고
우리는 교대로 일과 육아를 하는 공동육아 시스템을 고안했다.
<공동육아 스케줄>
6:00 am - 6:40 am (엄마: 외출준비 + 카페로이동)
6:40 am - 11:10 am (엄마: 일) (아빠: 육아)
11:10am -11:40am: (엄마: 이동 + 점심) (아빠: 점심준비 + 점심)
11:40am -6:40 pm: (엄마: 육아, 낮잠시간에 2-3시간 일) (아빠: 일)
6:40pm- 7:30 pm: (엄마: 저녁준비 + 저녁) (아빠: 이동 + 밥)
7:30pm- 8:30 pm: (엄마: 아기 재우기) (아빠: 집안일)
8:30pm- 9:30 pm: (엄마: 일 보충) (아빠: 집안일, 휴식)
9:30pm- 10:00 pm: (엄마아빠: 스트레칭, 취침)
3주정도 이런 일+육아 교대근무를 해보니,
1. 일하는 시간이 확실히 부족하긴 해서 주말 중 하루는 평일처럼 보낸다.
2. 그래도 주말에 하루 정도는 쉬려고 해야한다.
3. 차라리 피곤하면 낮잠을 자두지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는 일과는 포기하지 말아야한다. 아니면 월요일에 다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이런 일과를 사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일찍 자는 것도, 영양을 잘 챙겨먹는 것도 아닌
순간의 쾌락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웹툰 보고싶고 유튜브 보고싶은 욕구를 버리고 해야할 일을 하는 것.
나에겐 이것이 가장 어려웠다.
productivity를 올리기 위한 어플을 휴대폰과 노트북에서 사용하지만
또 다른 나는 그걸 풀 방법을 찾는다.
이렇게 나와의 싸움을 한다.
나와의 싸움이라면, 그것도 놀고 싶고 쉬고 싶어하는 나와의 싸움이라면 박사과정 중에 많이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와 화해하며 행복하게 목표를 이뤄가는지 배웠다.
그것은 두 가지의 감정을 다 인정해 주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 자신일지라도) 그 감정을 (예: "나는 지금 새로 올라온 웹툰을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이걸 보고싶다.") 알아주기만(!!!) 해도 그 감정이 많이 해소된다는걸 알았다.
시터를 고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경제사정상 난감하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일단은 교대근무로 최대한 버텨보려한다.
어차피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존버해본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지만
체력과 열정은 (아마도) 있으니
정신을 다잡고
할 일을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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