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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Nov 17. 2022

[유학7] 미국에서 계속 살 거야?

취업 준비의 첫 갈림길

"미국에서 계속 살 거야? 한국에 갈 거야?"

미국 유학생 혹은 미국에 거주하는 젊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늘 이랬다. 

"나는 한국 갈 거야."


그럼 사람들의 반응은 늘 이렇다.

"왜?"

물론, 여기서 "아니 거길 도대체 왜?"와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왜?"로 나뉘긴 한다.



나는 왜 한국에 가고 싶을까.


1. 일단 모르겠고 한국에 가고 싶다. 그래야 할 것 같다.

사실 이 답변이 가장 내 마음에 가깝다. 아래는 굳이 그 이유를 파고 파서 만든 문장이다.


2. 한국에서 내 전공 분야에 기여하고 싶어서. 

뭔 이상적이고 오그라드는 소리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상을 좇는 사람이 맞다. 

이 분야에 애정이 있어서 시작한 공부였고, 이 분야에 선도적인 미국에 공부하러 왔고, 이제 어느 정도 공부와 경험이 쌓였으니 한국에 가서 미약할지라도 기여하고 싶다.


미국에 있는 보스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여기서 포닥 끝나면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음, 일단 확실한 건 나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그리고 5년 내로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한국? 어떤 이유로?"

"음, 미국에선 이 분야가 많이 발전했잖아. 훌륭한 전문가들이 아주 많아. 한국은 상대적으로 연구자들이 부족해.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가서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 분야에 연구자로 add one more 하고 싶다는 뜻이구나"

"Exactly."


3. 남이 해주는 한국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어서.

그렇다. 나는 음식에 진심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행복이다. 

살면서 먹을 수 있는 끼니는 제한되어 있는데 계속 미국에서 그 끼니를 보내는 게 아쉽다. 나는 한국 음식이 너무너무 좋다. 여기서 한식으로 요리를 해 먹긴 하지만 여전히 남이 해주는 음식이 좋다. 


4. 부모님과 친구들 곁에 있고 싶어서.

내 삶에 아주 중요한 존재이고 휴대폰으로는 자주 연락하면서도 얼굴은 몇 년에 한 번씩 봐야 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는 일이 큰 맘먹고 200만 원 정도 하는 비행기를 17시간 타야 하는 일인 거리에서 계속 살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생기면 3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곳에서 살면 좋겠다. 





그럼에도 미국에 남는다면 무슨 이유일까.


1.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 성장환경을 제공하고 싶어서

사실 미국에 남는다면 그 이유는 자녀교육이 전부일 것 같다. 

한국에서만 있었을 땐 치열한 경쟁 분위기의 사립 고등학교에서 입시 경쟁을 겪었음에도 문제의식이 없었는데, 미국의 교육을 경험해보니 한국의 입시경쟁은 말 그대로 가성비라곤 거의 없는 스트레스 집합체다. 

비단 입시뿐 아니다. 다양성을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시야를 가지고 많은 것을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성장환경은 소중하다. 또한 영어 모국어 + 미국 시민권은 많은 기회를 쉽게 열어주는 게 사실이다. 

훨씬 덜 스트레스받으며 훨씬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를 위해 한국행을 결정하는 것이기에 사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그래서 최대한 교육에 스트레스를 덜 주고 좋은 성장환경을 만들어주리라 다짐하지만 아이도 나도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2. 집 값

6억이면 서울에서는 아파트 구하기 힘들고 경기도에서도 서울과 가까운 지역 역세권은 힘들 것 같다.

내가 사는 미국 중부에서는 마당 넓고, 방 4-5개, 화장실 2-3개가 있는 아주 넓은 2층 집을 살 수 있다.

집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3. 편안하고 풍요로운 직장생활 (lifestyle)

내가 일하는 미국 직장은 9시 출근 5시 퇴근, "유연근무제"란 말이 없이도 모든 게 유연한 곳이다. 

풀재택근무 가능. 내가 해야 할 일만 해 놓으면 어디서 주 몇 시간을 일하든 신경 쓰지 않는 곳이다.  

직장 내 회식(연 1회?)이나 비상식적인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거의 없고 연봉은 최소 한국의 1.5배 이상.

한국에서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 높다고 유명한 공공기관들도 재택근무 제약이 많고, 칼퇴를 해도 6시며, 유연근무제를 해도 일정 시간은 오피스에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충격받았다. 

한국에서는 워라밸의 기준이 정말 너무도 다르다.


4. 깨끗한 공기, 자연환경 

미세먼지가 없는 파란 하늘, 상쾌한 공기. 캠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좋은 미국의 자연. 



유학생들 중에는 

미국에 계속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말 그대로 가치관의 차이다. 

극단적인 장단점을 지닌 두 옵션이기에 무언갈 선택해도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고

나의 선택에 최대한 만족하며 아쉬운 점은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그래서 한국 취업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미국에 더 있으면 아이 때문에라도 점점 더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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