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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Nov 30. 2022

육아10. 미국엔 Mother's day가 있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는 시간

남편이 잔뜩 상기된 채로 꽃과 해산물을 사 왔다.


"이게 웬 꽃이야?"

"곧 Mother's day잖아. 6개월 동안 엄마가 되어서 고생 많이 했잖아."


감동했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내 옆에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나의 고생을 알아준다는 게.

그렇다. 나는 지난 6개월간 고생했다.




Happy Mother's day!


어버이날이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Mother's day와 Father's day를 각각 별개의 날로 기념한다. Mother's day는 매년 5월의 2번째 일요일이다. 보통 5월 8-14일 정도여서 한국의 어버이날과 비슷한 시기에 있다.

 

교회에 가니 어린 학생들이 축하의 의미로 꽃을 달아 주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Mother's day는 나와 상관없는 날인 줄 알았는데, 그날의 주인공이 되어 축하를 받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좋기도 하고 벅차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1. 내가 좋아하는 음식: 해산물 파스타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 주었다.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남편 때문에 내가 해산물을 매우 좋아함에도 저녁 메뉴에서 해산물이 나오는 일은 드물었는데, 모처럼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우선순위로 먹으니 어색하고 또 좋았다.


2.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 마사지

남편은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한다며 마사지샵을 예약해 주었다. 보통 내가 사는 곳에선 60분 마사지 $100(약 13만 원) 정도인데 30분 마사지 $20(약 2만 6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마사지는 정말 행복했다. 20불이 아닌 200불어치를 받은 것 같다.

인도에서 5년간 승려로 살면서 사람의 몸을 배웠다는 Therapist는 어떤 이유로 마사지를 받으러 왔냐며 특별히 아픈 곳이 있냐고 물었다. 미국에서 마사지는 처음이며 6개월 전에 출산을 했고 육아로 몸에 에너지가 전체적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I got you" 라며 다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한 말..


Forget about things outside.

This is your self-care time.

Relax.

Just breathe.


다 끝내지 못한 데이터 분석, 아기가 잠들지 못하고 많이 울고 있다는 남편의 소식, 오늘 줘야 할 이유식... 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달려 다니는 것을 안 것일까.


그녀는 잊으라고 했다. 너에게 집중하라고. 너의 몸에 집중하라고. 이건 너를 돌보는 시간이라고.


경험 있는 therapist였던 Jill은 "아기를 한쪽으로 안나보다 오른쪽이 유독 타이트하네" 하면서 몸을 풀어주었다. 무릎이 아픈 건 여기를 풀어주면 되고, 허리가 아픈 건 여기를 풀어주면 좀 좋아질 거고, 하면서 여기저기 내 몸을 만졌다. 30분짜리 상체집중 마사지 세션이었지만 엉덩이와 다리도 풀어주었다. Thanks, Jill.


엉덩이 근육을 눌러서 허리와 골반을 풀어줄 땐 아팠다 (특히 오른쪽). Jill이 이건 Team work이다 너랑 나랑 싸우면 안 된다 내가 누르면 깊게 호흡해야 한다, 해서 열심히 힘을 빼려고 호흡했다. 아픔을 잊으려 열심히 호흡하다 보니 진통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도 이렇게 열심히 호흡했는데.



3. 깨달은 점들


새삼 내 몸이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많은 애를 쓰고 있었구나 싶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가족을 존중하느라 먹지 못했던 해산물 요리를 먹고

가족을 낳고 또 돌보느라 마구 사용하던 하던 몸을 돌봐주니

그제야 내가 나로 서는 느낌이었다.

가족을 돌보고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고,

내가 좋아하는 내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내 몸을 돌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흐려지는 느낌이 들면 나를 우선순위로 두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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