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몇 달전, 교수 포지션에 지원했다.
포닥 3년차였고 처음하는 지원이었다.
세부분야 핏이 조금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준비해야할 서류가 귀찮았으나 그래도 한국 채용시장에 대해 무지하니 경험이라도 한번 쌓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었으면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일에 쓸 체력도 정신력도 없어서 지원조차 안했을 것 같은데 도대체 그땐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보통 교수 채용과정은
1.서류심사 2.공개강의+면접 3.대학본부 면접 4.이사회결정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지원한 학교의 실제 채용과정은
1.서류심사 2.면접 3.공개강의+면접 4.대학본부면접 (총장면접) 5.이사회결정
으로 구성되어있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총장면접을 봤고, 최종 불합격했다.
서류지원부터 최종결과를 듣기까지 3달이 걸렸다.
얼굴을 보며 면접을 3번 봤는데 떨어지니 거절당한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처음엔 공개강의까지만 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최종까지가니 이 자리가 욕심이 났고 합격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었다.
그렇다. 김칫국이었고
속이 쓰리다.
교수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떨어지니 아주 알겠다.
나는 욕심이 있었다.
누군가는 첫번째 지원에 이정도면 좋은 결과라고 했다.
나도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과 별개로
요즘 사는게 지친다
내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야하는 이 삶을
언제까지 살아야 할 지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