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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Nov 26. 2022

육아9. 다른 엄마와의 만남에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

가방을 사볼까

J의 집에 놀러 갔다. J는 10년 동안 영업사원으로 일했지만 남편의 유학으로 미국에 오게 되었고 미국에선 전업주부로 18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3개월 전 만났을 때 힘들어 보이던 J는 이번에는 모처럼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이와 상호작용도 잘하고 집안 살림도 야무지게 잘하는 그녀는 전업주부라는 직업이 정말 적성에 맞아 보였다. 얼마 전까지 둘째는 NO라고 했던 그녀가 곧 둘째를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아이가 크니 많이 수월해졌다고 했다.

 

문제는 그녀의 변화를 마음껏 축하해주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나의 좁은 마음이다.

최근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날들이 쌓여 힘들어하는 나는

전업주부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녀가 감히 부러웠다.

아무리 치워도 엉망인 집과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지지부진한 프로젝트를 보며

울고 싶었다.

말도 잘하고 엄마와 상호작용도 잘하는 그녀의 아이를 보며

또래보다 느린 내 아이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곧 내가 엄마로서 부족하게 느껴졌다.


나란 사람의 특성상 아무리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삶이 힘들어도 전업주부로 사는 것보단 나에게 수월할 거라고 믿었는데, 그 믿음이 흔들렸다.


나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중이었다.


추락의 이유는 분명했다.

나의 에너지는 한정되었고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님을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말로는 참 쉬운데

사는 건 어렵다


머리론 참 간단한데

마음이 멍든 듯 아프다



'가방을 질러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블랙프라이데이였고

무엇보다 이 스트레스를 풀어줄 돌파구가 필요했고

J의 집에서 본 명품백도 생각났다

'내가 이 정도도  사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가방은 명품백도 아니고 30만원 정도였다


가방이 마음에 들어서도 필요해서도 아닌

마음을 달랠 곳이 필요해서 하게 되는 소비

이 소비를 한다고 실제로

내 마음이 괜찮아지는 건 불과 몇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자

인터넷 쇼핑 창을 닫았다


30만원이든 3천만원이든

금융치료로 달래기엔 내 마음은 중증이었다

좋은 치료방법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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