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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Nov 02. 2022

임신17. 미국병원에서 진통-출산-회복까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 아쉬웠던 것들



미국 병원 진통-출산-회복 과정에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 혹은 도움이 되었던 것들


1. 임신 기간에 운동한 것

 때문에 임신 중에매일 만보 이상 걸었고, 특히 막달에는 스쿼트, 계단 오르기, 짐볼 운동 등을 매일 열심히 했다. 유튜브에서 "막달 운동" 검색 추천. 나는 요가 테라스 영상을 많이 따라 했다. 덕분에 체력이 정말 좋았고 오랜 진통도 비교적 수월(??)하게 견딜  있었고 마지막 푸시에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푸시 동작은 스쿼트와 매우 비슷하다).


2. 진통 중 최대한 움직이기 + 심상화

진통 세기와 경과 시간에 비해 자궁경부가 잘 열리지 않았다. 계속 누워있기만 했으면 아기가 내려오는데 더 오래 걸렸을 거라 예상한다. 에피듀럴 맞기 전까지는 걷기, 짐볼 운동, 스쿼트, 쪼그려 앉은 개구리 자세를 비롯해 아이가 내려올 수 있게 활발히 움직였다. 에피듀럴을 맞고 난 후엔 하체에 감각이 없어 위험하므로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는데, 그래도 침대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 스쿼트, 개구리 자세 등을 하며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땅콩볼, 짐볼 등 각종 기구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리고 애기가 건강하게 잘 내려오고 있다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마음 안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3. 호흡법, 감통 자세, 감통 마사지 미리 연습

유튜브에서 자연주의 출산 영상을 많이 보고 출산 전 남편과 시뮬레이션해봤다 (오그라들지만 사실 해보면 의외로 재밌음). 나는 에피듀럴 (무통주사)을 맞을 예정이었으나 혹시 에피듀럴이 잘 듣지 않을 수도 있어서 연습해봤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호흡, 감통 자세와 마사지 (허리 아랫부분 눌러주기, 골반 꾹꾹 눌러주기, 큰 수건으로 양쪽 엉덩이를 감싸 흔들며 풀어주기 등) 효과가 엄청 좋다. 새로운 진통제 오기 전까지 이걸로 버텼다. 간호사가 나와 남편을 의료계 종사자로 확신할 정도였다.

특히 마지막 푸시할 때 호흡법은 미리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시뮬레이션해본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4. 남편을 출산과정에 적극 참여시킨 것  

남편은 아이를 직접 받지 않았을 뿐 의료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출산과정에 참여했다. 그의 주요 역할은 감통 도움 + 호흡 코치 + 각종 수발. 남편이 출산에 얼마나 참여할 것 인지는 부부마다 생각이 다르고 부부가 결정할 일이다. 누군가는 출산 장면을 보면 아내가 남편에게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고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며 싫다고 했지만, 나는 본인의 아내가 온몸으로 자신의 애를 낳고 있는데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럽지 트라우마라니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린가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다행히 남편도 생각이 같아 진통부터 출산까지 깊숙이 참여했다.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순간들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어 좋았다.


5. 산전 유방마사지를 한 것

나는 젖이 잘 돌고 초유도 잘 나오는 편이었는데 막달에 유튜브 맘똑티비의 산전 유방마사지를 따라한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단 생각이 든다.


6. 입원기간 중 코로나로 방문자가 없었던 것

코로나 예방 정책 때문에 입원기간 중 남편, 동생 외 아무도 나를 방문할 수 없게 되었다. 음식을 갖다 주러 온 언니들도 밖에서 음식만 주고 돌아갔다. 오고 싶어 하는 방문객들에겐 미안하긴 하지만, 회복에 집중하기도 버거운 짧은 기간이니 방문자가 제한된 것이 사실 좋았다.


7. 마지막 날에 Nursery Room 서비스를 이용한 것

내가 출산한 병원에는 아기를 맡길 수 있는 널서리룸이 있었고 밤에 이용할 수 있었다 (아니면 모자동실이 기본). 퇴원하면 육아로 한동안 밤에 통잠을 자기 어렵기에 퇴원 전날 밤은 Nursery room에 맡기고 푹 잠을 잤다. 널서리룸 이용료를 비쌌지만 후회 없다.   


 


미국 병원 진통-출산-회복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후회되는 점


1. 푸시할 때 마지막에 힘을 빼지 않은 것

푸시 5번 만에 아기가 나왔는데, 5번째 푸시가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마지막 푸시 때는 머리 나오자마자 힘을 뺐어야 했다. 이렇게 빨리 아기가 나올 줄 몰라 끝까지 힘을 줬고 그래서 회음부가 많이 찢어졌다.


2. 의사

이건 병원마다 다른 것 같은데 내가 출산한 병원은 당일 당직의가 출산에 들어오는 시스템이었다. 의사는 푸시할 준비가 되어서야 들어왔고 사전에 의사와 만나 얘기할 시간은 없었다. 다시 이 병원에서 출산하게 된다면 푸시 전에 미리 부탁해서 오늘 당직의와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3. 병원에서 아이스팩을 더 많이 챙겨 왔어야

회음부 열상 3도 (...) 였던 나는 아이스팩이 아주 많이 필요했고 의료용 아이스팩은 생각보다 비쌌다. 병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아이스팩을 넉넉히 챙겼어야 했다.




이 글을 보는 그대에게


순산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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