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간결하게 써야 한다. 간결하게 쓰려면 (긴 문장은) 자르고 (문장 성분 호응을) 맞추고 (군더더기는) 덜어내야 한다. 최소한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문장을 수정한다면, 큰 오해를 사거나 독자를 답답하게 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 < 어른의 글쓰기> 중
놀랍다.
<방송작가는 어떻게 일하나> 매거진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작년 10월.
그때도 난 지금과 똑같은 상태였다.
대본으로 팀장과 담당 피디에게 수모를 당했지만, 절대로 내 발로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필사도 모니터도 열심히 하겠다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똑같은 고민을 하고 다짐을 하고 있다.
그때보다 조금, 아주 쬐-끔, 나아졌을지 몰라도, 여전히 대본으로 수모를 당하고 울고, 그만두겠다고 하고 그러고 있다.
이렇게 절망스러울 수가.
지난 1년을 도대체 어떻게 보낸 거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놀지는 않았을 텐데, 이렇게 발전이 없을 수가 있나, 싶다.
지금부터는 내가 쓰려고 한, 오늘의 일기다.
[글 쓰는 일을 25년 했다.
25년 즘 썼으면 이 정도는 기본 상식 아닌가?라는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팀장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사실, 편집이 끝난 영상에 글을 쓰려고 모니터 앞에 앉으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결국에는 의미 없는 그림 설명만 하거나,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는 생뚱맞은 전개를 해 놓거나, 어느 그림에나 갖다 써도 이상하지 않은 상투적이고 흔한 말을 쓰거나, 꿈보다 해몽이라고 너무 거대한 이야기로 듣는 이에게 부담을 주거나.
한 마디로 1-2년 차 작가나 하는 실수를 1년 반 동안 하고 있다.
이러는 내가 나도 한심한데 팀장은 얼마나 답답할까.
스스로 나간다고 할 때까지 눈치를 줄지언정, 내 손에 피 묻히는 일은 하지 않는 팀 분위기 상, 먼저 나가라는 말은 못 하겠고. 속으로는 제발 이번에는 나가주기를, 바라고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건 이번에도 '계속하겠다'는 마음이다.
그만두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이번에도 삼켰다.
이유는.
모르겠다.
생계 때문일 수도 있고, 나이 때문일 수도 있고,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에 들어가 시행착오를 겪을 용기가 없을 수도 있고.
그런 저런 이유들이 조금 더 이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해 보자,라는 결론을 내게 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은 그럭저럭 넘겼지만, 아무도 나에게 그만두라고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다음에도 또 발전 없이 죽을 쑤고 있으면 그땐 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만은 막고 싶다는 마음으로 1년 전 나처럼, 필사도, 모니터도, 더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