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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 Apr 28. 2021

20년 차 방송작가가 써드립니다

이력서를 들고 직접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다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는 오직 두 가지 직업밖에 없다. 하나는 프리랜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프리랜서가 될 사람들."

누가 되었던 이 둘 중 하나에 속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프리랜서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늘 절감해야 한다.

- <프리랜서 시대가 온다> 중


20년 동안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왔기 때문에 저는 프리랜서 세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프리 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말만 프리랜서지 정규직으로 일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책상을 잃어버린 퇴직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이번에 읽은 <프리랜서 시대가 온다>라는 책은 읽는 동안 '경단녀'라는 이름에 기대어 어떻게라도 다시 일해 보고 싶다는 간절함과 가능성을 은근슬쩍 묻어버린 건 아닌지.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자기 반성은 잠자고 있던 실행력을 깨웠습니다.

새벽 1시 반이 넘은 시각, 저는 책을 통해 알게 된 '크몽'이라는 플랫폼에 접속했습니다.

사실, 글쓰기만큼 '자신'을 팔아 '자산'을 만드는 직접 노동이 없잖아요.

내가 일하지 않으면 절대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전문 경험은 쌓여가지만, 일할 시간과 기회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직업.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그랬습니다.



그러나 내가 만든 콘텐츠를 올려놓기만 하면 다른 특정 행동을 취하거나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수익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크몽'이라는 플랫폼을 통하면 어느 정도 가능할 같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는 방송작가 구직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종일 방송작가 협회 사이트를 열어 놓고 틈이 날 때마다 새로 고침을 했습니다. 그러나 구직 정보가 올라와도 대부분 낮은 연차의 서브 작가를 구하거나 메인 작가는 15년 차 이상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20년 차 방송작가가 새롭게 설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매일매일 확인하면서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한 가닥 희망을 놓지 못하는, 아프고 서글픈 시간의 끊임없는 반복이었습니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사는 사람들 나이로 치면 저는 이제 겨우 서른 살이잖아요. (<넌 쉽게 읽었지만> 제4화 - 마흔셋, 경단녀가 경력녀 되는 법, 참고)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가슴속 태풍이 너무 거셌습니다.


호랑이한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그리하여 저는 당장 크몽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글쓰기 재능을 파는 현역 방송작가는 몇 명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구매 횟수가 가장 많은 판매자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저보다 경력은 덜하지만, 광고와 홍보 영상을 전문적으로 해 왔고, 기존에 작업한 결과물의 링크를 올려놔, 구매자로 하여금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기존 판매자와 차별화를 위해 최종적으로 작업 결정을 내리기 전, 1회 미팅 가능이라는 서비스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1회 미팅 시, 원한다면 기존에 완성한 방송 결과물을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방송 대본뿐만 아니라 드라마, 소설, 에세이 수업을 거치면서 다져온 다양한 글쓰기 스킬을 자랑했습니다.

사실, 제가 가진 것을 한 번도 대 놓고 자랑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손발이 오글거리다 못해 손발톱이 다 빠져버릴 것 같았지만,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한때 저는 드라마 교육원을 다니며 드라마 대본을 습작한 적이 있습니다.

소설과 에세이 수업을 들을 때는 몇 편의 단편 소설을 써서 신춘문예에 투고한 적도 있고요.

방송작가를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다른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는데, 그때마다 해온 다양한 '딴짓'이 의외의 곳에서 저를 포장하는 한 줄로 쓰이게 될 줄이야.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인 것 같습니다.


서류 작업을 마치고 시계를 보자 어느새 새벽 3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창밖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늦은 산책을 나갔던 남편이 비로 온몸이 흠뻑 젖어 들어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저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막, 크몽에 서류를 제출했지만, 이렇게 해서 과연 돈을 벌 수 있는지,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고,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압니다. 서류 한 장에 20년 동안 축적해 온 저의 시간과 노력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런 세상을 발견하고 따라가려고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저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닥칠 어떤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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