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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an 03. 2024

영시를 읽자

2023.08.20.일요일

오늘은 아침부터 대청소를 했다. 그동안 여행다녀오느라 정체된 방 공기도 환기시키고 책상 위도 정리했다.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면서 청소를 했다. 청소를 마치고 내친 김에 주방도 좀 치웠다. 행주도 빨고 식탁도 닦았다. 한번 손대니까 할게 보인다. 쓰레기통이 꽉 찼길래 내다버리려고 하는데 멕시코 친구 K가 외출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내가 쓰레기를 버리려는 것을 보더니 같이 하자며 가방을 자기 방에 던지고 같이 나섰다. 함께 내려가면서 자기가 촬영가게 될 터키에 가본적이 있냐고 묻는다. 20년쯤 전에 가봤다니까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 카파토키아라는 곳을 설명하려는데 영어가 짧아서 어려웠다. 

쓰레기를 다 버리고 집에 올라와서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그녀는 자기 엄마가 여동생이랑 터키 여행가서 열기구 탄 이야기, 자기가 번지점프한 이야기 등으로 잠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자기랑 같이 셀카를 안찍었다며 같이 찍자고 한다. 그래. 마침 일본 친구도 나와서 또 같이 찍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받았다. 그녀에게 언제 터키로 떠나냐고 물으니까 내일 간단다. 오늘 저녁에 작별인사 할 수 있을거라고 한다.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갈 거란다. 그래. 그러자. 


나는 집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왔다. 이제 열공하기로 마음 먹어서 한 가지 계획을 세워보았다. 그동안 간간히 보던 소설은 접고 시집을 보려고 한다. 내가 도전했던 소설은 번역된 것이 없어서 내가 해석하고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비교적 짧고 오래된 시 모음집을 찾았다. 예상대로 십대를 위한 코너에 적당한 시집이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소년을 위한 단편시 모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이 시집의 시를 일주일에 한편 정도씩 읽고 이해하려 한다. 시는 비유와 상징 때문에 어려운 면이 있으나 대신 짧다. 얕은 꼼수를 부려 본다. 



당장 오늘부터 실천이다. 일기에도 한구절 소개하고 내일부터는 예쁜 공책에 써야지. 


The isle is full of noises  -from the tempest

섬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폭풍으로부터


William Shakespeare

윌리엄 셰익스피어


Be not afeard. The isle is full of noise, 

Sound, and sweet airs that give delight and hurt not. 

두려워 하지 말라. 섬은 즐겁고 상처없는 소음과 소리, 달콤한 공기로 가득차 있다. 


Sometimes a thousand twangling instruments

Will hum about mine ears, and sometime voices

That, if I then had waked after long sleep,

Will make me sleep again. 

때로는 수천의 악기들이 내 귀에 윙윙거리고 때로는 내가 깊은 잠에서 깰 때 다시 나를 잠들게 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읽었다. 매일 조금씩 읽고 문장 구조와 단어를 익히자. 근데 내용이 참 어렵다. 검색해보니까 이 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폭풍)'에 나온 대사란다. 이 희곡은 무시무시한 태풍과 외딴 섬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지만 로맨스를 담고 있으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내용이다. 셰익스피어의 말년 작품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어린 시절에 '햄릿'의 암울함에 푸욱 빠졌던 적이 있었지. 아련한 추억의 작품들이다. 지금은 감정이 많이 무디어진 것 같다. 

시를 공부하고 나서 도서관의 컴퓨터로 몇 가지 검색을 하고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뒤져보니까 온라인 회화 모임이 있긴 한데 죄다 중급자 코스다.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데다가 중급자 코스라서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대신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도서관에 들어가니까 제법 읽을만한 책들이 있다. 게다가 음성지원도 된다. 이어폰을 가져와서 이것도 꾸준히 공부하자. 내일부터는 학원 숙제와 복습으로 바빠질 것이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이런 공부들까지 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내일부터의 일상이 무척 기대(?)된다. 


집으로 향하면서 오랜만에 TooGoodToGo를 신청해서 음식을 받으러 갔다. 이번에는 세븐일레븐이다. 여러 지점 중에서 평이 좋은 곳을 골라 갔다. 그랬더니 머핀 6개, 도너츠 4개, 페스츄리 2개를 준다. 저 많은 것이 단돈 4000원이다. 당분간 간식을 걱정없겠다. 나 혼자 다 먹을 수는 없다. 집에 가서 우리 식구들과 다른 친구들에게 다같이 먹자고 식탁에 펼쳐 두었다. 취향껏 골라가라고. 다 같이 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자꾸 이 어플을 이용하는 거다. 



그리고 오랜만에 프레시마켓에 가서 장을 봐왔다. 다음 주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어야겠다. 오랜만에 샌드위치를 만든다. 샌드위치는 늘 맛있다. 야채를 다듬고 베이컨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치즈 등 속재료를 준비했다. 그리고 샌드위치 몇 개만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고 나니까 시간이 꽤 지났다. 이제 일기를 쓰고 하루를 마무리 하려 한다. 내일부터는 또다시 정신없는 공부가 시작된다.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할 때까지 쭈욱 열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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