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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an 06. 2024

밀린 공부 달리기

2023.08.21.월요일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서 학원에 간다. 출근 아니 등교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많은 멤버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문법시간의 내 브라질친구 L은 그대로 있겠지...라고 생각하는데 내 등을 살짝 치고 인사하는 L. 어머나 깜짝이야. 전에도 몇 번 그녀가 전철역에서 내려서 학원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쳤는데 오늘 또 이렇게 만났다. 이 정도면 우리 인연도 보통이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여행 잘 다녀왔냐며 오래 기다렸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봤다면서 여행 얘기해달란다.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학원에 도착했는데 마침 한국친구(전에 나에게 김치도 주고 이것저것 챙겨준 친구) T와도 마주쳤다. 또 반갑게 인사했다. 복도에서는 초기부터 내 멘탈을 지켜준 U와도 마주쳐서 또 반갑게 인사. 여러 친구들과 'Long time no see'를 외치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래저래 여기가 나의 홈그라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반가운 것도 좋지만 문법수업은 그동안 진도를 쭈욱 뽑았단다. L이 진도 나간 부분을 이야기해주면서 리뷰 시험지도 보여주어서 얼른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진도 나간 부분의 문제는 내가 풀고 나면 답을 보여주겠단다. 너무 고맙다. 이래저래 이번 주는 죽어라고 공부해야 하겠다. 저걸 언제 다 풀어본담. 그래도 문법수업의 학생들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 다행이다. 


문법교사 S도 반갑게 인사하며 어디어디 다녀왔냐고 묻는다. 퀘백과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 다녀왔다니까 놀라면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사람들은 여기 밴쿠버 사람들과 다르게 생기지 않았냐고 묻는다.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너무 먼 곳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동떨어진 곳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 거기보다는 오히려 퀘백이 프랑스어를 사용해서 거기 사람들이 더 느낌이 달랐다고 말했다. 

여행 이야기를 한바탕 나눈 후에 다시 진도를 나갔다. 지난 주에 배웠던 내용들은 나중에 다시 공부해서 봐야겠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오늘 새로 나가는 unit27부터는 나도 함께 내용을 공부하고 문제도 풀 수 있다. reflexive pronoun 재귀 대명사, reciprocal pronoun 상호 대명사에 대해 배웠다. 주의할 점으로 상호 대명사와 복수 재귀 대명사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데 많이 헛갈린다.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실전에서는 많이 헛갈린다.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니까 연습문제를 푸는 거겠지. 일부는 숙제다. 그래. 복습도 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한다. 당분간은 정말 열공이다.



듣기수업은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바뀌었다. 그래도 안면 있는 친구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어디어디 갔었냐고 묻는다. 교사도 물어봐서 퀘백과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 갔었다니까 이번에도 역시 놀라면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가 어디 있냐며 벽에 붙은 캐나다 지도에서 찾아본다. 너무 멀다며 비행시간은 얼마나 걸렸냐고 해서 약 9시간 정도,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면서 왔다니까 놀란다. 역시 밴쿠버에서 가기에는 너무 먼 곳인가 보다. 그래도 여행 갔다 싶으면 그 정도는 가야하는거 아닌가? 하.하.하. 

교사는 진도를 나가기 전에 의자를 하나 가운데 놓더니 자원자를 한 명 받는다. 친구들이 장난 삼아 터키에서 온 친구를 지목하니까 그가 흔쾌히 나가서 의자에 앉았다. 교사는 우리만 볼 수 있도록 그에게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고 friends라고 쓰고 우리에게 이 단어를 말하지 말고 영어로 설명하란다. 여기저기서 서툰 설명이 쏟아진다. 너는 이 사람과 함께 놀러간다, 매일 같이 나간다, 함께 게임한다 등등. 그는 스포츠? 게임? 헛갈려 한다. 그래서 사람 명사라고 말해주었다. 가까스로 친구를 맞추었다. 

교사는 한 명 더 해보자며 자원자를 찾길래 내가 용감하게 나섰다. 평소의 나는 이런 때에 결코 자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는 영어 연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열심히 자원한다. 내가 의자에 앉고 교사가 단어를 쓰고 나니까 여기저기서 설명이 쏟아지려 하길래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잠깐, 사람이야? 물건이야? 그랬더니 사람이란다. 오케이. 설명해봐. 그랬더니 터키 친구가 예를 들겠다면서 자기가 아빠고 앞에 한 친구를 지목하고 그가 엄마고, 그 옆에 친구가 동생이고.. 음. 가족이구나. 맞단다. 내가 너무 빨리 맞추니까 교사가 재미없어한다. 후.후.후.

이제 교사는 진도를 나가자면서 각자 휴대폰에서 가족이나 친구 사진을 꺼내서 파트너에게 보여주고 그 사람에 대해 설명하란다. 어떤 관계이고 뭐하는 사람이고 언제 만났고 등등을 설명하란다. 신나게 파트너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교과서를 펼쳐서 단어를 그 옆의 설명과 매칭시키는 활동을 했다. 여기 제시된 단어들은 좀 어려운 것이 많으므로 우선 쉬운 단어부터 해보자면서 몇 개를 짚는데 나는 모르는 단어가 더 많다. 겨우겨우 단어 몇 개를 유추해서 연결지었다. 나머지는 숙제란다. 그래. 오늘은 숙제가 쏟아지는 날이구나.

읽기와 쓰기수업도 학생들이 많이 바뀌지 않았다. 새로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나보다. 교사가 진도에 필요한 종이를 주었다. 모두 지난 시간에 받아서 단어 부분은 이미 배웠나 보다. 이것도 열나게 따라 잡아야겠군. 오늘은 Dog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읽고 내용을 퀴즈로 풀어 보았다. 내용은 별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단어와 품사가 어렵지. Dog가 사진 모델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교사가 그에 관련된 재밌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수요일에 내용에 대한 퀴즈를 풀거란다. 이제 시작이구나. 월말이 다가와서 테스트와 퀴즈의 시즌이 시작되었다. 참 좋은 시기에 복귀했다. 


점심시간은 이제부터 9층에 올라가지 않고 3층 학생 라운지에서 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름의 빅시즌이 끝나고 많은 학생들이 개학해서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다. 그래서 학생 라운지에서 이제 수업을 하지 않겠지 싶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 아직 수업을 한다. 일단 회화수업을 함께 듣는 일본 친구가 있어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녀는 워킹 홀리데이로 온 친구인데 2주 후에 빅토리아라는 도시로 옮겨서 마저 수업을 듣고 그쪽에서 일자리를 찾아볼거란다. 그동안 함께 보충수업도 듣고 하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아쉽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9층으로 올라가서 숙제를 열나게 했다. 복습은 이따가 도서관에서 해야겠다.


회화수업에 들어가니까 학생들이 절반 정도는 바뀌었다. 그래도 내가 여기 왔을 때부터 있던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수업은 위치를 나타내는 표현을 배웠다. 그리고 각자 파트너에게 보이지 말고 자기 방을 그리고 나서 말로만 자기 방을 설명하란다. 가구의 위치를 말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파트너가 그린 결과가 자기가 그린 그림과 같은지 확인하란다. 재밌는 활동이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가운데, 귀퉁이 등의 단어로 설명하는데 의외로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완전히 일치하기는 어려웠다. 그 다음은 가구, 가전제품 등의 명칭에 대해 배웠다. 대부분 아는 단어들이지만 그림과 일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도서관에 가서 숙제를 마저 하고 문법 복습을 조금 했다. 문법 진도가 많이 나가서 한꺼번에 다 복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조금씩 나눠서 이번 주 안으로 끝내야겠다. 그리고 어제부터 시작한 시를 마저 번역했다. 


And then, in dreaming,

The clouds methought would open and show riches

Ready to drop upon me, that when I waked

I cried to dream again.

그리고 꿈에서, 구름이 열리고 나에게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재물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에서 깨었을 때 나는 다시 꿈을 꾸려고 울었다. 


응? 무슨 내용이 이렇지? 이 내용이 당시 셰익스피어가 영국 사회를 비유적으로 풍자한 것이라고 하는데 너무 복잡하다. 일단 이번 것은 시작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다음 시는 부디 좀 쉬운 것을 선택해야겠다.



도서관 홈페이지의 디지털 도서관에서 어린이용 책 중에 한권을 읽었다. 오디오 북도 있어서 들으면서 읽었다. 주인공 학생이 등교길부터 학교에서 내내 많은 소음 공해에 시달리다가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다고 외친다. 오후가 되어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자 선생님이 주인공에게 함께 산책하자고 하면서 그가 소음이 시달린다고 하자 숲의 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를 듣게 하고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한다. 그리고 그는 다음날부터 주변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심장소리를 느끼며 안정적으로 생활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오늘은 처음부터 쭈욱 듣기만 했다. 내일은 단어들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면서 공부해볼까 한다. 그런데 학원 숙제와 복습도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계획을 세웠나? 일단 이번주는 복습에 집중할까? 좀더 고민해보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해야할 공부의 양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목표를 조금씩 이루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부터 신발끈을 동여매고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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