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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02. 2024

조금씩 들리는 영어

2023.08.31.수요일

문법

수업 시작 전에 L과 주말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휘슬러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휘슬러는 밴쿠버의 인근에서 아주 유명한 스키장이자 트래킹 명소이고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셔틀버스로 이동이 가능한 곳이고 거기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산 정상의 다리도 건널 수 있다. 이번 주말은 월요일 노동자의 날까지 이어지는 Long weekend다. 우리는 신나서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교사S는 레벨 up을 하는 학생들을 확인한다. L은 레벨 up을 하기로 했다. 나에게는 다음 달에 레벨 up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거야 다음달 시험을 통과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 어쨌든 열심히 공부해 보자.  

오늘은 새로운 단원을 시작했다. present perfect와 simple past를 함께 배운다. 둘 사이의 차이점을 공부하는데 좀 어렵다. 역시 시제는 어렵다. present perfect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미래에도 이어진다. simple past는 그냥 과거의 일이다. 지금과 연결되지 않는다. 교사의 설명을 듣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교사의 말을 어느 정도 따라가면서 이해할 수 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오! 너무 기쁘다.

연습문제를 풀고 학생들의 답을 확인하는데 어떤 문제에서는 나에게 길게 읽도록 시킨다. 주의깊게 듣더니 내가 문장을 끝낼 때 톤을 다운시키지 않고 이어서 말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단다. 문장의 끝을 알리기 위해 마침표 앞에서 톤을 좀더 다운시켜서 말하란다. 몇 명의 학생에게도 그들의 발음이나 어조에 대해 충고를 해주었다. Thank you teacher!



듣기

쉬는 시간에 학생들끼리 이것저것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문득 한 학생이 자신이 가수라고 했다. 나이가 좀 있는 브라질 사람인데 변호사이면서 아마추어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페북과 유튜브를 보여준다. 와! 여기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하고 경력이나 취미도 다양하다. 신기하다.

오늘은 어제 읽었던 재밌는 이야기를 토대로 토의를 했다. 어제 읽었던 내용은 어떤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었지만 그 돈을 잃어버렸고 다시 경마를 해서 돈을 땄지만 이번에는 속도위반으로 벌금을 내서 결국 도로아무타불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교사는 우리에게 이 사람이 행운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그룹으로 토의하도록 시켰다. 운이 없다, 운이 있다, 중간이다의 세 가지로 의견이 나뉘었다. 교사는 여기서 한 걸음 나가서 행운과 노력 중에 어느 것이 우리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단순히 본문을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좀더 깊게 생각하고 우리 의견을 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어렵지만 재밌다.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노력이 80%, 운이 20%정도라고 생각한다. 나도 동의한다. 운도 작용하지만 노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랬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만약 운이 대부분을 좌우한다면 내 노력은 맥이 빠질 것 같다.



쓰기와 읽기

어제 본 시험지를 다시 받고 그룹을 지어서 함께 다시 문제를 풀어보았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왜 그런지 이야기를 나누어서 합의를 보란다. 서로 의견을 이야기하는 과정에 좋은 연습이 되었다. 덕분에 내가 어떤 문제를, 왜 실수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교사는 오늘 그룹으로 풀고 난 답안지를 채점해서 다시 주고 나서 뭐가 틀렸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어제 본 우리의 답안지도 확인하라고 주었다. 

나는 40문제 중에서 3개를 틀렸다. 이 정도면 예상보다 많이 맞았다. 찍은 것은 대부분 맞았다. 운이 좋다. 하.하.하. 대신 확신을 가지고 풀었던 것을 틀렸다. 음! 맥락을 잘 못 파악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읽기는 레벨 up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달은 레벨 up을 못할 것이다. 쓰기 시험을 내가 여행 기간 동안 보았기 때문에 나는 쓰기 점수가 아예 없다. 뭐, 어차피 쓰기는 아직 높은 점수를 받을 자신이 없으므로 한달 더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높여보자.



점심

점심을 같이 먹는 친구들이 내일 공원에 놀러가자고 한다. 그래. 내일 보충수업을 마치고 함께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숙제를 하는데 너무 졸리다. 잠을 자도자도 졸리고 밥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공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나보다. 고3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정말 서울대를 가지 않았을까?



회화

오늘 회화수업은 합반수업이다. 나의 회화 교사 C와 나의 쓰기 교사 D는 절친이란다. 그들은 마지막 주의 수업을 합반으로 하면서 빅 게임을 진행한다. 오늘은 아주 많이 확대해서 찍은 사진의 일부를 보고 그것이 사물이나 동물, 음식 중 무엇인지 맞추는 게임을 했다. 우리 그룹은 일본친구, 대만친구, 나 이렇게 세 명인데 첫 번째 묶음을 제법 잘 맞추었으나 두 번째 묶음부터 어려워했다. 너무 많이 확대해서 어렵다. 우리 착한 회화 교사 C가 와서 넌지시 힌트를 준다. Thanks!



보충수업

어제 교사 M이 아파서 보충수업은 취소가 되었는데 오늘은 교사 M이 왔다. 아직도 아파보이지만 그녀는 최선을 다해 보충수업을 해 주었다. 역시 너무 좋은 교사다. 오늘은 문법 보충을 할 차례다. Simple future. 비교적 쉬운 내용이다. will과 be going to에 대해 배우고 연습 문제를 풀었다. 주로 be going to는 개인적인 계획에 습관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연습문제도 풀고 각자 자신의 계획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끝나고 나서 교사에게 아프다고 해서 걱정했다고 말했더니 고맙단다. 진심으로 그녀가 건강하기를 바란다.




보충까지 마치고 나서 잠시 그 교실에서 새로 사귄 한국 친구 E와 함께 공부를 했다. 그녀와 나는 오늘 MeetUp의 한영 언어교환 모임에 함께 가기로 했다. E가 간식으로 샌드위치를 싸와서 고맙게 받아 먹었다. 어제는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다른 친구에게 주고 오늘은 내가 다른 친구의 샌드위치를 받아 먹는다. 세상만사 돌고 돈다. 이런게 인생이지 않을까?


오늘도 MeetUp 모임에 사람이 많이 왔다. 한국 사람도 많고 외국 사람도 많다. 두 시간 동안 또 정신없이 떠들었더니 힘들다.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영어로 이야기도 하고 듣기 연습도 많이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별로 좋지 않았다. 캐나다 사람이라는데 그다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살짝 내 추측에 그들은 예쁘고 젊은 여성을 원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 오해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을 빼고는 다 좋았다. 좀 빠르게 대화가 진행될 때는 살짝 맥락을 놓쳤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알아들었다. 특히 농담을 알아듣고 같은 타이밍에 웃을 수 있었다. 이게 중요하다. 남들 웃을 때 못 웃으면 참 슬프다. 오늘 처음 참석한 E는 어떤 사람들과 대화는 좋았지만 어떤 사람들과의 대화는 별로였단다. 그래.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모이니까 다 좋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단다. 다행이다. 나는 확실히 처음보다 나아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기분이 좋다. 


오늘도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나는 영어가 처음보다 나아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내일은 오늘 보다 더 잘 듣고 더 잘 말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I had a busy day today. I feel that my English is better than the first time. But there is still a long way to go.

I hope that tomorrow I will be able to hear better and speak better than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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