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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09. 2024

Perfect timing 휘슬러1

2023.09.02.토요일

오늘은 L과 힘께 휘슬러 가는 날이다. 휘슬러는 대규모 스키장이 있는 곳으로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다. 스키장이라기보다는 스키 산맥이라고 할만큼 여러 산에 걸쳐 스키 루프가 있고 10여 개의 리프트 및 곤돌라가 있다. 겨울에는 스키 매니아들이 모이고 여름에는 산악자전거 매니아  그리고 하이킹족들도 많이 찾는다. 밴쿠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데 밴쿠버에서 휘슬러까지 가는 리무진(사설버스) 회사가 3곳이 있다.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예약했다. 

아침 7시에 학원 앞에서 L을 만나서 바로 근처의 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버스는 제법 좋은 리무진 버스다. 우리는 중간쯤 자리를 잡고 앉았다. L이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다보니 2시간이 훌쩍 갔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좀 어려웠지만 L과 나는 서로 잘 이해하고 있고 통하는 점이 많아서 즐거웠다. 


버스가 휘슬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여행자 센터에 가서 peak 2 peak 곤돌라 티켓을 사서 곤돌라를 타러 갔다. 휘슬러에는 여러 개의 산이 있는데 그 중에서 휘슬러 산과 블랙콤 산의 정상 사이에는 픽2픽이라는 곤돌라가 연결되어 있다. 계곡을 가로질러 산과 산을 연결하는 곤돌라다. 그래서 두 산 중 한 곳에서 곤돌라로 올라가서 픽2픽을 이용해 건너편 산으로 이동해서 그쪽에서 곤돌라를 타고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 즉, 한바퀴를 돌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상의 픽2픽은 왔다갔다 여러번 이용해도 된다. 다만 이들 곤돌라와 인근의 리프트를 이용하는 종합 이용권이라서 좀 비싸다. 1인당 95달러(세금 포함) 거의 9만5천원 정도 된다. 좀 비싼게 아니라 많이 비싸다. 하지만 갔다온 지금 말하건데 비싼 값어치가 있다. 다만 날씨가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일기예보에서 오늘만 날씨가 좋고 내일과 모레는 비 혹은 구름낀 날을 예보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곤돌라를 타기로 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탄 덕분에 줄이 길어지기 전에 첫번째 곤돌라를 탔다. 먼저 블랙콤으로 올라갔다. 20분 정도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일행별로 탈 수 있었다. 우리 둘만 타고 갈 수 있어서 편했다. 올라가면서 보는 전망도 근사하고 도착해서 보는 전망도 근사하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경치가 근사하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마못은 인간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져 있어서 좀 안타까웠다. 보아하니까 야생 마못인거 같은데 사람들이 주는 먹이 때문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블랙콤 곤돌라 전망대를 간단하게 한바퀴 둘러보고는 픽2픽을 탔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아까 올라올 때 타는 곤돌라는 6인승짜리 작은 것이었는데 픽2픽은 제법 큰 곤돌라에 20명 정도 탈 수 있는 큰 돌로다. 산 반대편까지 가는데 약 10분 정도 걸렸다. 두 개의 산 정상 부근에서 출발하지만 케이블이 추욱 늘어져서 꽤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락간다.



건너편에 도착해서 우선 할 일은 휘슬러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곤돌라 승강장이 엄밀히 말하면 정상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15분정도 걸어내려 가면 리프트 승강장이 있다. 거기서 리프트를 타야하는데 픽2픽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리프트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길이 약간 미끄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거기서 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간다.

전에 밴프의 선샤인 빌리지에서 탔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스키장의 리프트니까 똑같다. 다소 아니 많이 위험하다.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정상의 다리가 보인다. 정상에서 약간 옆의 봉우리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다. 그 아래는 빙하다. 오... 다리 위치가 기가 막히다. 하늘도 기가 막히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사방으로 거칠 것이 없는 곳에 다리가 있다. 와...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L과 나는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궁금해했다. 세상에는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다리를 건너서도 여러 뷰포인트들이 있는데 여기가 워낙 높은 곳이라 사방의 산들이 죄다 보인다. 문득 안나푸르나에 갈때 비행기에서 보았던 히말라야 산맥같다. 



사방으로 하이킹 코스, 산악 자전거 코스가 있다. 올라올 때 보니까 어떤 곤돌라는 아예 산악 저전거 이용객만 받는 것도 있었다. 세상의 산악 자전거가 여기 다 모여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는 동계올림픽 상징물도 있다. 전에 잉베 근처에서 보았던 inukshuk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고대 조형물과 같은 모형의 조형물도 있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다 예술이다. 그냥 마구마구 사진을 찍게 된다.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주변 풍경에 계속 감탄하게 된다.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나서 L이 여기서 더 있을까 내려갈까 묻는다. 나는 여기가 너무 좋다. 여기서 쉬자고 했더니 아주 좋아한다. 은근히 L과 나는 비슷한 취향이다. 그녀도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멋진 풍경에서 계속 걸음을 멈추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동시에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우리 걸음은 계속 사진 때문에 늦어진다면서 그래도 우리는 시간이 충분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전망 좋은 곳에 퍼질러 앉아서 L이 준비해온 사과, 과자 등의 간식을 먹으면서 한참동안 풍경을 감상했다. 경치도 너무 좋고 마음 맞는 친구와 앉아 있는 것도 너무 좋다.




한참 지나서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우리는 내려 가기로 했다. 벌써 다리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는 픽2픽을 한번 더 타자고 했다. 아까 그곳에서 반대편 경치를 보기로 했다. 내려가는 리프트 승강장에는 아무도 없어서 바로 탈 수 있었다. 그런데 리프트가 내려갈수록 우리는 놀랐다. 올라오는 승강장에 사람들 줄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는 일찍 올라오기로 했던 우리의 판단을 스스로 칭찬했다.




다시 곤돌라 타는 곳으로 와서 픽2픽을 타고 건너 왔다. 건너 오다가 문득 대부분 빨간색 곤돌라인데 색깔이 다른 파란색 곤돌라를 발견했다. 아, 그것은 아래에 유리가 있어서 바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딱 한 대만 운행해서 줄을 서야 하지만 우리는 다시 저것을 타자고 했다. 아싸! 반대편에 가서 뭔가 색다른 것이 없는지 걸어보다가 트레킹 코스와 산악 자전거 코스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파란색 곤돌라를 타러 갔다. 역시 줄이 있다. 길지는 않지만 한대만 운행해서 20여분 기다려야 한다. 뭐, 우리는 여유로우니까... 그러나 우리는 파란색 곤돌라를 타고나서 실망했다. 가운데에 투명유리가 있지만 철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서 가운데에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유리도 너무 지저분하다. 에이.. 별거아니네.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우리는 이제 그만 내려가서 밥을 먹자고 했다. 배가 많이 고프다. 휘슬러 산에서 내려오는 곤돌라는 아까 탔던 블랙콤 곤돌라 승강장으로부터 약 10분정도 떨어진 곳에 내린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휘슬러의 관광 중심지 다운타운이 있다. 우리는 내려서 학원 선생 중 한명이 추천한 햄버거 가게에 갔다. L은 채식주의자인데 여기에 채식주의 메뉴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녀는 채식버거, 나는 오리지널 치즈버거를 먹었다. 채식버거에는 콩으로 만든 패티가 들어가 있다. 나는 맥주 한잔을 곁들였다. L은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단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좀 다르구나. 나는 술꾼인데...




밥을 먹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우리 숙소는 곤돌라 중심지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유스호스텔이다. 다운타운의 호텔이 워낙 비싸고 성수기라 방도 구하기 어려웠다. 마음에 드는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가격도 비싸기도 하고 우리가 고민하는 사이 마감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도미토리룸이 있는 이곳 유스호스텔까지 버스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여기로 정하자고 했다. L은 유스호스텔은 처음 이용해본단다. 버스는 2가지 종류가 숙소 앞까지 가는데 먼저 오는 것을 타기로 했다. 다만 우리가 검색한 바로 여기 버스는 현금 2.5달러를 정확히 맞추어 내지 않으면 잔돈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역시 대부분 시골은 이렇다. 그래서 굳이 잔돈을 만들어서 준비했다. 그런데 어라? 버스를 타는데 기사가 돈을 받지 않는다.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9월4일까지 휘슬러의 버스들이 무료로 운행하고 9월5일부터 새로운 체계로 새롭게 개편 운행한단다. 보니까 여름 시즌이라 손님이 겨울보다 적어서 유인책으로 한시적으로 무료 운행하는 것 같다. 아싸!!! 우리는 아주 즐거워하면서 버스에 탔다. 우리 뿐 아니라 대부분 손님들이 다 좋아하면서 탔다. 다들 몰랐던 눈치다. 역시 공짜는 좋다.

버스는 20분정도 달려서 한적한 마을에 내렸다. 거기가 종점이다. 오, 더 좋다. 보아하니까 근처에 작은 숙박시설들이 몇 개 있고 별장으로 이용하는 타운하우스 같은 것들이 좀 있는 소규모 마을이다. 우리 숙소 앞에 작은 구멍가게도 있다. 채크인을 해서 들어가보니까 구조가 좀 독특하다. 중간문이 있어서 들어가면 거기에 화장실 하나, 욕실 하나가 있다. 그리고 세면대 2개가 있는 세수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꽤 넓직하다. 거기서 문이 2개가 있는데 각각 4인실이다. 즉 8명이 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2층침대가 2개 있다. 아직은 다른 침대에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L이 나에게 어느 층에서 자겠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내가 아래층에서 잘까 하다가 문득 L이 올라다니기에는 2층의 공간이 너무 협소해 보여서 내가 2층에서 자기로 했다. L은 누워보더니 자기 머리와 다리가 딱 침대의 끝에 닿는단다. 헉. 정말... 침대가 서양사람들에게는 너무 작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나는 맥주까지 한잔 마셔서 살짝 알딸딸하고 그녀도 은근 피곤하단다. 살짝 졸다가 깨서 다시 방을 나왔다. 근처의 하이킹 코스들이 있는 것 같으니까 그 시작점인 다리 앞까지 산책해 보기로 했다. 숙소 뒤쪽에 공원도 가보고 앞쪽의 마을 길도 걸어보았다. 다리 앞에서 강물이 시퍼런 것에 감탄하면서 내일은 이쪽으로 하이킹을 가기로 했다. 다시 숙소에 와서 씻고 났는데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 우리는 아무도 안왔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잠시 수다를 떨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가족들 이야기, 학창시절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영어가 그 사이 많이 늘었다면서 이런 대화가 아주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어회화 공부는 다른 방법보다 이렇게 실제로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에 적극 동의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과 달리 새벽에 다른 침대에 사람들이 들어왔다. 왜 이 새벽에... 사람들이 들어왔다. 덕분에 잠이 깼지만 좀 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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