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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20. 2024

맥락과 눈치

2023.09.06. 수요일

문법 수업

오늘 새로운 일본 학생이 합류했다. 그녀는 빅토리아의 SSLC에서 공부하다가 이쪽으로 옮겨왔단다. 어? 지난 주까지 여기서 공부하다가 빅토리아의 SSLC로 옮겨간 일본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와는 인스타그램에서 안부를 주고 받았다. 그리운 친구.

어제에 이어서 명사와 수량표현을 배웠다. 이것이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이다. 셀 수 있는 명사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수량표현을 판단해야 한다. 단어를 많이 몰라서 너무 어렵다. 여기에다가 3인칭 단수일 때 적용하는 동사 규칙까지 신경써야 해서 더더 어렵다. 그리고 한 단어가 여러 의미를 가질 때는 더더욱 어렵다. 예를 들면 ruin은 파산 혹은 폐허인데 이게 파산일 때는 셀 수 없는 명사로 사용되고 폐허일 때는 셀 수 있는 명사로 사용된단다. 이런 단어의 의미는 주변 맥락을 통해 추측해야 한다. 이러니까 점점 맥락을 파악하는, 달리 말하면 눈치만 늘게 된다. 회화에서 특히 그렇다.




듣기 수업

오늘도 food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새롭게 배운 것은 dairy product: 치즈나 요거트, 버터 등 우유나 계란을 이용해 만든 제품들, fresh produce: 과일, 채소 등 농장으로부터 온 것들, juice from concentrate: 주스 농축액, plastic cutlery: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수푼이라는 것들이다. 평소 생활 속에서 많이 접하는 단어들인데 주의깊게 뜻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단어들이다. 

새로운 단어들을 배우고 나서 듣기를 하기 전에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먼저 모르는 단어나 추리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서도 눈치가 필요하다. 대략적으로 맥락을 파악해서 의미를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단어도 배웠다. 단어를 익숙해지려면 많이많이 봐두어야 한다. spouse는 가령 남편과 아내가 있다면 둘 중 하나를 의미한단다. 뭔가 커플을 이루는 그룹이 있을 때 그 중 하나 먼저 언급되고 그 다음 남은 하나를 의미한다. 아하. 그렇구나.



읽기와 쓰기 수업

어제 숙제로 해온 단어 공부에 대해 함께 확인하면서 각자 자신의 문장으로 만든 것은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강제로 순서대로 발표하는게 아니라 뭔가 문장을 만들었으면 친구들과 함께 공유해보자는 의도로 교사가 진행을 한다. 그러다 보니까 침묵이 흐를 때가 많다. 나는 그게 좀 불편해서 본의 아니게 자꾸 말하게 되었다. 너무 나대고 싶지는 않지만. 그나마 단어를 그룹별로 나누어 주어서 우리 그룹 부분이 끝나고 나니까 부담이 훨씬 적어졌다. 에고. 중간을 유지하는게 참 어렵다.

단어를 배운 후에 본문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란다. 그런데 나는 어제 복습하면서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본문을 다 읽어버렸다. 교사는 내용을 다시 정리해주면서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디어를 짜오란다. 본문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지금 28살인 메튜는 아침부터 보드카를 마시려고 한다. 그는 대학 때 아르바이트로 했던 극장의 스낵바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다. 그는 졸업하면서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 대학원은 가기 싫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접근하기 쉽고 일하기 쉬운, 이 아르바이트에 안주해버렸다. 지금 나이가 들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서 패배감에 쩔어있다. 그런데 3달 뒤에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다. 그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동창회에 갈 수 있을까?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결한담?. 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점심시간

친구들과 함께 주먹밥을 나눠 먹었다. 처음 본 한국 친구들도 합류했는데 한국식 주먹밥이 그리웠다면서 좋아한다. 뭔가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런데 정작 주먹밥을 먹고 싶어 하던, 우리 기숙사의 같은 층에 사는 친구들은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L이 너무 좋아하면서 아무래도 자기는 이 요리의 레시피를 배워야겠단다. 그러기 위해 나의 집에 방문하겠단다. 그래. 나는 좋다. 친구가 좋다면. 조만간에 L이 브라질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 집에 초대해야겠다. 일본 친구는 주먹밥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도 되냐고 묻는다. 그래. 지난번 린 캐년에서 먹은 주먹밥에 대해서는 함께 간 브라질 친구의 유투브에 영상으로 올라가 있다. 내가 한국식 주먹밥에 대해 설명하는 간단한 내용과 함께. 하.하.하.




회화 수업

오늘도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astranaut(우주 비행사), clown(광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일에 대한 단어를 배웠다. 그리고 여러 일(직업)에 대한 선호도를 표시하고 그룹별로 토론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여행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물건을 판매하는 것 등에 대해 7단계의 선호도를 선택했다. 나는 당연히 컴퓨터, 여행은 1단계로 매우 사랑한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보통으로 좋아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싫어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그런지까지 말하다보니까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다.



보충 수업

오늘 보충수업은 정말 우연하게도(이게 정말 우연일까? 교사의 의도일까?) 명사와 수량표현이다. 지금 문법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셀 수 있는 명사, 셀 수 없는 명사의 구분, a bit of, little, very little 등에 대해 복습했다. 특히 내가 그동안 혼동했던 것도 확인했다. 사람을 표현하는 명사로 person과 people가 있는데 요즘은 person은 단수 한 명을 지칭할 때 사용하고 people는 복수의 그룹으로만 사용한단다. 그게 최근의 경향이란다. 아하. 역시 보충 수업은 너무 유익하다. 



오늘은 밋업의 한영 언어교환 모임이 있는 날이다. 모임이 있는 카페에 가보니까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익숙해진 사람들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어라? 우리 기숙사 빌딩의 같은 층에 사는 학원 친구도 있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오늘 여기 처음 온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 인상적인 사람은 캐나다 사람인데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나(우리)의 마음을 잘 파악해서 말할 기회도 주고 들을 기회도 주었다. 이 사람과 토의 그룹이 자주 되면 좋겠다. 그밖에도 한국사람인데 여기서 1년이상 살아서 영어를 겁나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와. 부럽다. 2시간 동안 정신없이 떠들었더니 진이 다 빠졌다. 내가 잘 모르는 내용으로 대화가 이어질 때는 엄청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총 동원해서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다보니까 2시간이 지나고 나면 에너지가 바닥을 보인다. 에고고. 힘들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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