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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28. 2024

등잔 밑이 어둡다

2023.09.08.금요일

문법 수업

셀 수 있는 명사, 셀 수 없는 명사에 관련된 단원의 리뷰 테스트를 간단히 보았다. 간단히? 아니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어쨌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정관사, 부정관사에 대해 연습문제를 풀었다. Nasreddin lived (a) long time ago in Turkey. 처음 시작할 때 막연한 시간 소개하는 표현에서는 a를 사용한다. He is one of (the) most famous characters in literature. most나 best 같은 표현이 있으면 the를 사용한다. 이런 식으로 주변의 단어들이나 처음 소개되는 맥락을 파악해서 그때그때 판단해야 한다. 이게 영어 원어민에게는 익숙해서 감각적으로 판단이 되겠지만 우리같은 외국어 사용자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많이 읽고 쓰고 말하고 들어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면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내 실력으로는 정관사, 부정관사를 제대로 사용하면서 말하기는 어렵다. 작문은 그나마 신경을 좀 써서 한번 더 점검할 수는 있다.




듣기 수업

교사 W가 오늘은 깜짝 테스트가 있다고 교재를 덮으라고 한다. 다들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제 이 수업의 살아있는 화석(가장 오래된 사람)이 된 나는 짐작이 된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이번에도 팝송을 들으면서 빈칸 메꾸기 활동을 하겠구나. 역시 예상대로다. 오늘 들은 팝송은 Maroon 5라는 그룹의 Sugar라는 노래다. 어디선가 한번 쯤은 들어본 노래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친구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즐겁게 빈칸 메꾸기를 한다. 


I`m hurting baby, I`m broken down 나는 상처받았어, 나는 무너졌어

I need your loving,loving 나는 너의 사랑이 필요해

I need it now 나는 지금 그게 필요해

When I`m without you 네가 없을 때 나는

I`m something weak 약해져


이런 사랑노래다. 오늘도 신나게 노래를 듣고 빈칸 메꾸고 다시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수업이 끝났다.




읽기와 쓰기 수업

어제 우리가 제출한 이야기 이어쓰기에 대한 피드백을 빨간펜으로 메모해서 돌려주었다. 대체로 자잘한 실수들을 많이 했다. 3인칭 단수의 동사에 -s를 붙이는 것이나 전치사를 빼먹었다. 좀더 주의해야겠다. 그리고 본문의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내용 확인 질문에 대해 우리가 작성한 답도 확인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영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에서 실수가 많다. 이어서 단어를 가지고 게임을 했다. 단어로 게임을 자주 하는데 교사마다 게임 방식이 다르다. 

여기서는 우리에게 아주 작은 빈 종이 2장을 주었다. 그게 단어카드란다. 거기에 사물, 장소, 사람, 행동의 네 가지 단어를 아무거나 적으란다. 너무 작은 종이에 4가지나 되는 단어를 적은 것은 참 어렵다. 왜 얘들은 종이도 작게 주고 교재의 글씨도 엄청 작은 걸까?

우리가 만든 단어 카드 2장을 그룹별로 모아서 옆 그룹으로 넘겼다. 이 단어 카드가 한 묶음 있고 교사가 만든 교재 본문의 단어 카드가 또 한 묶음 있다. 1.사물, 2.장소, 3.사람, 4.행동, 5. 교재단어, 6. 교재단어. 이렇게 각각 숫자가 정해진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단다. 

이 단어 묶음들을 뒤짚어 놓고 그룹별로 주사위를 하나씩 준다. 그리고 그룹 내에서 순서대로 주사위를 던져서 자기 숫자가 2이면 우리가 만든 단어카드 중 하나를 뒤집어서 단어카드의 리스트 중에서 2.장소에 대해 친구들에게 설명해서 맞추도록 한다. 그리고 맞춘 사람이 그 카드를 획득한다.  

그런데 하다보니까 우리는 자꾸 3.사람이 많이 나왔는데 문제는 이 카드를 만든 사람의 국적에 따라 자기네 나라의 가수나 유명인의 이름을 쓴 경우가 많아서 외국인인 우리는 그가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교사도 이런 상황에 좀 당황하더니 그럴 경우에는 그 카드의 장소나 행동 등 다른 것을 설명하란다. 이런 게임을 할 때는 좀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으로 쓰자. 

교재에서 나온 단어 중에서 알듯 모를 듯한 단어도 많다. 어제 공부했는데 역시 암기는 안된다. rack my brain 머리를 쥐어짜다. 이런 것은 그나마 낫다. sarcasm 빈정댐. 이거는 어제 외웠는데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Rock your brain! You are samrt!' I talk with sarcasm. '머리를 쥐어짜봐, 너는 똑똑하잖아' 나는 빈정대며 말한다. 하.하.하.


 


점심시간

오늘도 밥을 먹고 나서 학생 라운지에서는 게임이 진행되었다. 오늘은 레고게임이다. 팀별로 레고를 가지고 최대한 그림에 나온 집처럼 만들란다. 물론 레고에 그게 다 있지는 않다. 어쩌다보니까 처음 만난 애들과 한팀이 되어 참여했다. 우리는 1층, 2층, 3층까지 만들어서 나름 잘 표현했다. 지지대를 만들어서 층을 올리고 거실이나 부엌 등을 표현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다른 팀들은 층을 올리지 않고 그냥 평면에 늘어 놓았다. 에이.. 그러면 재미가 없지. 그런데 정작 점수를 주는 심판은 가구의 디테일을 살린 다른 팀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함께 진행한 다른 교사조차도 우리 팀의 구조를 보라면서 결과에 항의했지만 뭐 심판 마음이지. 어차피 재미삼아 하는 거니까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 초면에 한 팀이 된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으면 그걸로 좋다.





회화 수업

직업에 대한 단어를 또 복습했다. 이제는 모르는 단어가 없을 것 같았는데 문장에서는 모르는 단어가 또 나왔다. cockpit는 비행기 조종실, parcel는 소포, put out는 불을 끄다(내쫓다, 해고하다). 단어를 배운 후에는 그룹을 지어서 직업에 대한 질문들에 답하는 게임을 했다. 주사위를 두 번 굴려서 가로 세로의 해당 칸을 찾아 거기에 있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질문 중에는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 있었다. 다같이 이구동성으로 너무 많다고 했다. 모두 같은 마음이다. 

'취업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무엇이냐'는 것이 있었다. 나는 '왜 이 직업을 선택했냐'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일본 친구는 '여기서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질문이 많이 나온단다. 그런데 대만 친구는 '연봉 얼마를 원하냐'는 질문이 가장 많이 나온단다. 헉.. 단도직입적으로? 그리고 결혼할 거냐, 결혼하면 애를 가질거냐도 물어본단다. 헉... 그런 것을? 하긴 요즘 우리나라도 결혼, 육아 등에 대해 아예 대놓고 물어보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이러니 점점 출산율이 낮아지지. 이런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보다. 결혼, 출산, 육아 등이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고 그로 인해 불이익이 없어야 하는데 점점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의 발전이라는 것이 인간의 자유를 거스른다면 그게 과연 발전일까? 사회는 발전한다기 보다는 흘러가는 것이고 그 방향이 늘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업이 끝난 후 도서관으로 가서 숙제와 복습을 했다. 문법 복습을 하고 나서 시를 한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콧물이 계속 나더니 기침도 난다. 요며칠 날씨가 춥고 거기에다가 학원에서는 에어컨을 너무 쎄게 틀어서 오돌오돌 떨었다. 아무래도 감기 초기 증상인 듯해서 집에 가서 쉬기로 했다. 열이 있거나 몸살 증상은 없으니까 집에 가서 쉬면 괜찮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감기약이 있으니까 선제적으로 약을 먹고 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오는데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우리 학원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근처의 유명 카페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반갑게 친구들아, 어디 가니' 하고 물었더니 여기 카페에서 밋업 모임이 있단다. 처음 오는 거라서 망설이고 있단다. 뭐? 우리집 바로 근처에서 밋업 모임이 있다고? 무슨 모임이냐고 묻고 얼른 어플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까 정말 있다. 외국사람이 주최하는 영어회화 모임이다. 오!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물론 몸 상태가 안좋지만 바로 집 앞이고 학원 친구들도 있으니까 너무 좋은 기회다. 그래 나도 신청할래. 그 자리에서 바로 신청하고 친구들과 함께 들어갔다. 

이 모임은 외국사람들이 추진한 것이라 한국 사람은 10% 정도이고 다 외국인이다. 영어 공부 하러 온 일본, 중국, 대만 사람들도 있고 인도, 멕시코, 브라질 사람들도 있다. 한국사람 몇 명은 수요일의 한영 언어교환 모임에서 본 친구들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따뜻한 차를 한잔 시켜서 들고 자리에 앉다보니 처음 보는 일본인, 중국인, 인도인 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중국사람은 이 모임 주최자 중 한 사람인데 그는 여기서 10여년 살고 있단다. 나와 일본 친구들은 영어 공부 중이다. 인도 사람은 여기서 일하고 있단다. 그들의 영어가 좀 빨라서 나는 허걱하고 있는데 일본 친구 중 한 명이 좀 천전히 얘기해달라고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말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너무 빠른 영어다. 주최자가 가급적 천천히 이야기를 하자고 했지만 그게 어디 쉽나? 대화가 신나게 흘러가면 점점 빨라진다. 그래도 대략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따라잡았다. 그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점점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우리 탁자의 사람들은 몇 개의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잡다한 대화를 나누었다. 내 옆의 일본 친구가 H마트의 푸트코트에서 일하고 있단다. 내가 거의 매일 간다니까 놀러오란다. 여기서 1년째 살고 있다는 대만 친구는 여기 세금이 높다면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할 경우의 세금에 대해 주변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어떤 친구(국적이 뭔지 모르겠음)는 식당의 주방에서 일했는데 채식주의 메뉴가 제일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왜 채식을 하는지, 환경 문제가 어쩌고,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어쩌고 떠들었다. 

정신없이 떠들다보니까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 카페에서 나갈 시간이란다. 오... 이제야 정신이 좀 든다. 폭풍같은 2시간이었다. 영어의 폭풍! 다음에도 또 보자고 인사하고 집으로 왔다. 에고고... 삭신이 쑤신다. 집에 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약을 먹고 전기장판을 켜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비록 많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 모임에 잘 참여한 것 같다. 집 근처에서 하는 모임인데 왜 여태 몰랐지? 정말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맞다. 앞으로 수요일 한영 언어 교환 모임, 금요일 영어 회화 모임. 이렇게 두 모임은 정기적으로 참여해야겠다. 월요일에 하나 더 있으면 딱 좋을 것 같다. 너무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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