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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05. 2024

기숙사 친구들

2023.09.10. 일요일

목이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제 맥주를 마시지 말껄 그랬나? 후회했다. 매일 무언가를 후회하면서 산다. 에잇!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 집에서 뒹굴뒹굴거리면서 남은 공부 일정과 여행 일정을 점검했다. 


이제 반환점을 돌고 있는 영어공부. 나의 목표는 어디까지일까? 어디 가서도 영어로 두려움 없이 소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처음 여기 왔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잘 들리지 않고 말도 잘 못한다. 학원 선생님들 말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해서 어려운 내용이 아니면 대체로 알아듣는다. 하지만 기숙사의 옆방 친구 M(미국인)이 말하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듣기를 위해 좀더 노력해야겠다.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를 하루 종일 들어보자. 그리고 단어 공부도 필요하다. 단어를 모르니까 못 알아듣는 부분도 있다. 암기는 아니더라도 새로 배운 단어를 자꾸 점검하고 복습하자. 읽기와 쓰기는 시간만 충분하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학원 공부 외에 밋업 모임은 수요일, 금요일이 있어서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다. 주말이나 월요일에 연습할 수 있는 모임을 더 찾아봐야겠다.  


어학연수가 끝난 후의 여행 일정도 준비해야한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11월 중순에 학원이 끝나므로 2달이 조금 넘게 남았다. 보통 비행기값은 3달 전에 사야 싸다. 그동안 망설이고 있던 쿠바와 옐로나이프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멕시코 일정을 넣어야 할지 마지막까지 고민했으나 이번에는 쿠바를 샅샅이 훑어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멕시코 친구 R에게는 다음에 놀러가야겠다. 혹시 그녀가 쿠바 여행을 같이 가고 싶다면 일부 일정을 같이 다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녀는 일을 하는 중이라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단 인스타그램 메신저로 물어나 보자. 옐로나이프는 비행기표는 개인이 잡아서 가고 현지에서 픽업해주는 투어를 신청하기로 했다. 오로라 헌팅은 투어로 가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이렇게 세팅을 하고 나니까 쿠바에 대한 정보 수집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로라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검색을 더 해봐야겠다. 나는 또 여행 준비를 공부모드로 하고 있다.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거실로 나가보니까 마침 집에 미국친구 M이 식탁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그래서 슬쩍 말을 걸어 보았다. 저번에 산 보드게임을 보여주면서 같이 해보자고 했다. 좋단다. 내가 이해한 쉬운 룰로 게임을 한 판 해보았다. 그리고 나서 이게 여러가지 게임 룰이 있는데 설명서로는 잘 이해가 안된다고 했더니 M이 설명서를 한참 보더니 규칙을 설명해 주었다. 

게임 박스에는 검은 색 카드가 10장이 들어 있고 그밖에 파랑, 빨강, 오렌지, 분홍 카드가 20장씩 들어 있다. 저번에 L이 설명했을 때 각 칼라를 이어서 놓으면 이기는 게임이라고 했지만 왜 검정 카드가 10장인지는 L도 몰랐다. 그런데 M이 알려주었다. 게임의 시작은 검정카드로 하는데 플레이어가 자신의 색깔 카드를 네 장 연속으로 놓으면 그 판은 그 색깔을 가진 사람이 이긴 거다. 그러면 그 사람이 검정 카드를 획득해서 1점을 딴 것이다. 상대는 그 카드가 연결되지 않도록 같은 그림이 있는 카드를 놓아 막는다. 일종의 오목같은 것이다. 새로운 라운드는 새로운 검정 카드로 시작한다. 그렇게 3점을 따면 최종적으로 이긴 거란다. 아하! 그래서 검정 카드가 10장이나 있는 것이구나. M의 영어는 여전히 잘 들리지 않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에 또 놀자고 했다. M도 좋단다. 저번에 M이 나의 스케치북에 자신의 예쁜 스티커를 붙여 주었는데 나도 보답을 해야지. 내일은 예쁜 스티커를 찾아봐야겠다. 



한바탕 보드게임을 하고 나서 밥 먹고 약 먹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이번에는 주방에서 미국친구 M과 일본친구 A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길래 또 슬쩍 끼어서 대화를 나누었다. M의 말이 좀 빨라서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좀더 들리는 것 같다. M이 나와 A를 위해 조금 천천히 쉬운 말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하는 점도 있고 내가 M의 말투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점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A가 한국치킨을 좋아한다고 해서 여기 근처의 BBQ를 얘기했더니 지난 주에 갔었다면서 너무 좋아한단다. 게다가 소맥도 마셔봤다고 한다. A는 약 한달 후에 귀국한단다. 그래서 그녀가 귀국하기 전에 다같이 한번 치킨과 소맥을 먹으러 놀러나가기로 약속했다. 다만 M은 18살이라 술은 마실 수 없단다. 그래도 같이 놀러가고 싶단다. 그래. 너는 가서 주스 마셔. M은 탄산음료를 좋아한단다. 그래. 그거 마셔.


밋업모임도 좋지만 이렇게 같은 공간에 있는 친구들이랑 친해져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자주 함께 하도록 더 노력해봐야겠다. 여기서 참 많은 인연을 쌓는구나. 이 기숙사에 정말 잘 들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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