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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28. 2024

알찬 주말

2023.09.17.일요일

오늘은 브라질 친구 L과 딥 코브에 가는 날이다. L 외에 몇 명이 같이 가려고 했는데 다들 다른 일들이 생겨서 L과 나만 간다. 학원 앞에서 만나서 버스를 탔다. 나는 딥 코브에 저번에 가 보았기 때문에 길을 안다. 그런데 한번만에 가는 버스가 구글맵에서 잡히지 않는다. 지금 버스 문자 안내 서비스가 고장이라고 안내문이 떴다. 버스가 오긴 올 텐데 언제 오는지를 모른다. 한번 갈아타고 가는 버스 노선도 있었는데 일단 그 버스가 와서 그걸 탔다. 그런데 갈아타는 곳에서 우리는 혼란을 겪었다. 구글 맵에서도 공사 때문에 노선 정류장이 바뀌었다고 안내문이 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 안내문과 다르게 안내되어 있다. 어휴 미치겠네. 우왕좌왕하다가 겨우겨우 우리가 탈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서 섰다. 그런데 맞은 편에 내가 찜했던 (한번에 딥 코브 가는) 버스가 서더니 운전기사가 딥 코브 가는 거면 이걸 타라고 말해준다. 정류장에 섰던 사람들이 우루루 그쪽으로 가서 버스를 탔다. 보니까 지금 여기 공사 중이라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니까 버스 기사가 이렇게 일일이 사람들에게 말하고 태우는 것 같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딥 코브에 무사히 도착했다.


딥 코브는 아주 작지만 무척 아름다운 항구 마을이다. 물가로 나가서 사진도 찍고 물놀이 하는 사람들도 구경했다. 어라? 여기에 해파리가 있다. 나는 야생 해파리는 처음 본다고 하니까 L이 브라질 바다에는 많이 있단다. 이거는 위험한 거란다. 그런데 저쪽에는 사람들이 수영하고 놀고 있는데? 종류가 다른 건가? 



우리는 딥 코브의 명물인 허니 도넛을 하나씩 사서 가방에 넣고 트레킹 코스를 따라 산길을 걸었다. 초반에는 계단이 많아서 힘들지만 이후에는 오르락 내리락을 두어번 하면 된다. 전에 왔을 때보다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L과 나는 둘 다 사진 찍은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그 타이밍에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래도 꿋꿋하게 멋진 곳에서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쿼리 락이라는 큰 바위에 도착했다. 경치를 보면서 도넛을 먹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피해서 간신히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역시 쿼리 락에는 사람들이 많다. 산길을 가로질러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그 경사도를 보더니 L이 모험하지 말고 아까 왔던 길로 내려가자고 한다. 나는 짧은 코스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무릎이 아작날 것 같아서 참았다. 그래! 왔던 길로 가자. 아까보다는 좀더 가볍게 내려가는데... 와! 우리 학원의 다른 친구들을 만났다. 이런 우연이 있나. 다들 반갑게 인사했다. 그들은 이제 올라가는 중이라서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 동네에서 갈 곳은 거기서 거기라 이렇게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것이구나! 




내려와서 바닷가의 바위에 앉아서 물구경도 하고 간식도 먹었다. 그러면서 L은 이제 브라질 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아쉬워했다. 네가 가면 나는 어쩌냐고 했더니 나에게 열심히 공부하란다. 그래. 친구! 열심히 공부할께. 나는 베프를 보내고 나서 정신차리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만난 근본적 이유였으니까... 오늘 여행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라는 점을 우리는 함께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L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이후의 삶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왔다. 피곤했는지 우리는 둘 다 열심히 졸았다. 졸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내릴 곳이 가까워졌다. 참 신기하게도 내릴 곳이 가까워지면 잠이 깬다. 

버스에서 내려서 근처의 달라라마에 가서 생필품도 사고 옆 가게(미니소)에 가서 구경도 했다. L은 귀국을 앞두고 친구들, 조카들 등의 선물을 골라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한국으로 갈 때 친구들과 가족들의 선물을 생각해두어야겠구나. 구경을 마치고 내일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집에 와서는 씻고 방청소를 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작문 숙제를 했다. 직업에 대한 5가지 주제 중에서 나는 사업 계획서를 선택했다. 자기소개서가 쓰기는 쉽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 계획서에 도전해 보았다. 나의 사업은 자유여행자를 위한 여행 설계와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여행사이다. 뭐 이게 돈벌이가 되는 사업은 아니겠지만 그냥 내 맘대로 사업계획서를 써 보았다. 어차피 나는 돈버는 것과는 동떨어진 사람이다. 후.후. 작문숙제를 하고 나서 문법 복습까지 했다. 



문법 복습이 끝날 때쯤 거실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서 나가 보았다. 일본 친구와 미국 친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 친구는 여기서 메이크업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 자기 브러시들을 씻어야 해서 거실에 좀 늘어놓아야 하니까 양해를 해달란다. 그래. 괜찮아. 일본친구와 내가 호기심으로 브러시들을 구경하니까 그녀는 브러시들에 대해 뭔가 설명해준다. 말한 내용을 다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 싸지만 질좋은 브러시브랜드, 거기에 사용된 동물의 털들에 대해서는 이해했다. 주로 다람쥐털을 이용한단다. 밍크털이 제일 좋지만 너무 비싸단다. 

이렇게 이번 주말은 신나게 놀았다. 덕분에 일요일 저녁에 급하게 숙제를 해야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어제는 학원 친구들과 하루 종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늘은 L과 또 하루 종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 제대로 잘 놀고 잘 대화했다. 이번 주말도 알차게 보냈구나.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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