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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22. 2024

팔당댐 산책하기

2023.10.01.일요일

아침에 알람울릴 시간에 맞추어 저절로 눈이 떠지는 이 신통방통한 재주? 평일에는 그토록 늦잠을 자고 싶건만 왜 휴일에는 알람없이 제시간에 일어나는 것일까? 거참내... 일요일이지만 내일도 연휴라 더 여유로운 아침이다.

오늘과 다음주는 월요일까지 휴일인 황금 연휴다. 우기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좋은 계절의 연휴라 다들 난리다. 이때 조프리 호수에 가면 딱 좋겠다. 조프리 호수는 캐나다 록키인 밴프보다 더 아름답다는 곳이다. 여기서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가 없어서 나는 렌트카로만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주립공원 셔틀버스가 있다. 그토록 많은 것을 검색했지만 최근에 생긴 버스 정보를 이제야 찾아낸 것이다. 이번주 일요일 버스는 이미 예약이 만료된 상태였지만 다음주 일요일 버스는 예약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같이 가자면서 한국여행사 상품과 비교하고 다른 친구들과 일정도 맞춰본다고 하는 사이에 다음주 일요일 버스도 예약이 마감되었다. 윽! 안되겠다. 기상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나도 좀 망설였지만 다음번 버스 예약이 시작되면 나 혼자라도 바로 예약해야겠다. 비록 그때는 연휴가 아니라서 일요일 일정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조프리 호수에는 한번 가보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밴프의 루이스 호수나 선샤인 빌리지의 록아일 호수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던데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  


오늘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클리블랜드 댐과 근처의 하이킹 코스에 가볼 것이다. 여기는 금요일 영어회화 모임에서 주최자가 추천해준 곳이다. 그라우스마운틴 가는 길에 있는 곳이다. 저번에 학원 액티비티로 그라우스마운틴 곤돌라를 타러 갔을 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인 호수처럼 생긴 곳이 있었는데 바로 거기다. 어제 미국 친구가 준 간식과 등산스틱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까 바로 댐이 보인다. 댐은 그냥 우리나라의 청평댐이나 팔당댐 정도, 아니 그보다 규모가 더 작아보인다. 여기는 밴쿠버의 상수원 보호구역인 셈이다.




이 지역의 하이킹 코스가 아주 다양한데 그 중에서 일단 댐 아래쪽 뷰 포인트가 있어서 거기로 내려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가는 길목은 아주아주 울창한 산림지대다. 나무들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굵다. 길목에 아주아주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 있는데 고대의 나무 파수꾼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보호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 고대 나무는 쓰러졌다. 이 산림지대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너무 아름다운 숲이다.




숲길을 내려가보니 댐의 아래쪽 전망대가 나온다. 댐의 정면이 아니라 측면만 일부 볼 수 있어서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예쁜 무지개도 보고 아름다운 경치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길이 거세게 흘러내려간다. 전망대라는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나와서 다른 하이킹 코스를 타고 근처의 파이프라인 브릿지라는 곳에 가 보았다. 다리는 별거 없었지만 거기서 바라보는 전망이 아름다웠다. 이제 여기서부터 파이프라인 하이킹 코스를 갈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올라가서 카필라노 퍼시픽 하이킹 코스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간식을 먹으면서 길을 분석해 보았다. 요즘 구글맵은 정말 대단하다. 하이킹 코스까지 잘 보여준다. 후기도 제법 올라와있다. 파이프라인 코스는 너무 짧은 듯해서 나는 카필라노 퍼시픽 코스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2분 정도 길을 되짚어 올라와서 옆길로 빠졌다. 오! 여기는 또다른 아름다운 숲이다. 나무 종류가 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여기도 역시 아주아주 울창한 숲길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고 난이도가 높지 않은 길들이 이어져서 아주 유쾌하고 즐겁게 하이킹을 즐겼다. 내려다가보면 그 유명한 카필라노 현수교 공원 옆을 지나게 된다. 저기에 가려면 무려 7만원짜리 표를 사야 한다. 이 지역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곳이지만 볼거리에 비해 표값이 너무 비싸다는 평이 우세하다. 나는 이미 린 캐년도 즐겼고 휘슬러에서 산 정상의 아슬아슬한 다리도 즐겼으므로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데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다보니까 길이 끊겼다는 경고문이 나온다. 아까 검색할 때 카필라노 퍼시픽 하이킹 코스에 길이 무너져서 폐쇄되었다는 뉴스가 2021년 뉴스로 검색되었다. 이미 2년이 지났으니까 복구되지 않았을까? 그냥 경고문을 무시하고 가보니까 역시 폐쇄되어 있다. 2년전에 무너진 길을 아직 복구하지 못한 것인지, 최근에 길이 또 무너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경고문과 폐쇄된 공사 구간이 새로 설치한 느낌인 것으로 보아 최근에 또 무너졌나보다. 

별수 없이 발길을 돌려 근처 마을로 빠져나와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마을은 아주 평화로워보였고 예쁜 나무들도 있고 정원들도 아름다웠다. 밴쿠버 북쪽 지역은 산이 많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이 마을은 한적한 산 속 마을이었다. 이런 곳까지 버스가 다니는 것이 신기하다. 버스는 딱 한대가 다닌다. 약 20분 정도 기다려 버스를 타고 근처의 번화가로 나와 버스를 갈아타고 밴쿠버 시내로 나왔다. 




집에 와서 씻고 잠시 쉬다가 요리를 했다. 오늘의 요리는 카레다. 우리 식구들이 떠날 때 주고 간 대용량 카레가루가 많이 있다. 그래서 카레를 잔뜩 끓였다. 미국 친구 M에게도 주고 싶지만 성분표에서 그녀가 먹지 못하는 밀가루를 발견해서 못준다. 대신 앞집 친구들에게 좀 나눠주련다. 내가 카레를 만드는 동안 미국 친구 M이 옆에 와서 사과를 깎아 주면서 수다를 떤다. 내가 다 알아듣지는 못해서 어떤 때는 대화가 끊겼지만 그래도 어떤 대화는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M이 틱(수시로 자주 딸꾹질하는 틱) 때문에 살짝 고양이 소리를 냈다.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조카가 동물을 키우고 싶었지만 매제에게 털 알러지가 있어서 못 키운다고 했다. 그랬더니 M이 뭔가 검색해서 보여준다. hypoallergenic cats 혹은 dogs 저자극성 고양이나 개가 있단다. 그래서 털에 자극이 강한 알러지가 있는 사람도 이런 종류의 개나 고양이는 키울 수 있단다. 오, 이런 것도 있어? 참 신기하다. 외국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M도 개와 고양이를 모두 키우고 있었는데 2주전에 자신의 개가 죽었단다. 자기가 3학년 때 집에 온 개인데 거의 16살 정도 되었는데 죽었단다. 개 치고는 꽤 오래 산 것이다. 그녀에게 너의 개는 너와 함께 살아서 아주 행복했을 거라고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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